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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26. 2024

코인 대신 꾸준함을 권합니다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을 마무리하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고점을 조만간 돌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비트코인과 관련된 뉴스가 언론에 나온다. 코로나 시기 투자 광풍의 시기를 지나 잠잠해지나 했는데, 사람들의 코인 사랑은 멈출 줄 모르나 보다. 이렇게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주변 지인들과의 대화 주제에도 코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 보면 누가 코인으로 대박이 났네, 몇 억을 벌었네 하는 이야기가 들여온다. 내 주변에는 단 한 명도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이쯤 되면 도시괴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혹시나 나에게도 행운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라는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도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 시기에 주식으로 많이 데었던 터라 보통은 금세 관심이 사라진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코인 권하는 사회가 됐다. 정확히는 코인이 상징하는 가치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회가 됐다. 인생역전, 대박, 부자… 코인과 주식 투자를 홍보하는 콘텐츠에서 함께 찾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사람들을 코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다. ‘코인만 성공하면 회사 때려치운다’,   ‘진정한 나만의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코인 성공신화의 시간축은 짧다. 코인 성공신화를 20년에 걸쳐 이루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손가락을 튕기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마법처럼 딱 한 번의 인생역전 순간을 꿈꾼다.


코인 권하는 사회에서 꾸준함을 말하는 일을 생각해 본다. 코인과 꾸준함은 여러모로 극단에 있다. 코인이 인생 한방, 지름길, 초단거리 달리기, 쇼츠 같은 것이라면 꾸준함은 일상의 중요성, 정공법, 장거리 달리기, 벽돌책 같은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꾸준함은 요즘 시대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코인과 꾸준함. 이 둘이 상징하는 가치 중에 무엇이 더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문제니까. 다만 나는 꾸준함이 보통의 삶에 더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인생역전이나 한 번의 성취가 전부를 차지하지 않는다.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 일상을 어떻게 잘 살아가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가 결국은 각자의 인생을 잘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더 많은 사람에게 꾸준함을 권한다. 특별할 것 없는 내가 그나마 원하는 일을 조금씩 해나갈 수 있는 것도, 작지만 성취라고 부를 만한 것을 쌓아갈 수 있는 것도 모두 꾸준함 덕분이다. 남들과 똑같은 하루를 살지만 조금이라도 원하는 삶의 모양을 만들어가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특별히 뛰어난 능력이 없어서인지 하루아침에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매일 하는 것뿐이다. 지치지 않게 자신을 돌보아 가며,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여가며, 그렇게 스스로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중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를 돌아보면 이따금 놀란다. 매일이 답보 상태  같았는데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걸 내가 어떻게 했지? 싶은 걸 이미 이룬 것도 그제야 발견한다. 이런 변화가 진작 좀 보였으면 좋았을 걸, 그랬으면 의심과 번민의 시간을 덜 보냈을 텐데. 괜히 목적 없는 대상을 탓해 보기도 한다.


꾸준함은 사실 매일이 고행이다. 쉽고 간편함이 지배하는 요즘 세상에서 매일이 고통이라니. 별로 인기 없을 이야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세상의 이치인 걸. 피해 갈 수 없는 순간과 고통이라는 게 인생에는 반드시 있다.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다음 단계라는 게 있다. 할아버지 장롱 속에 먼지 쌓여 있을 것만 같은 고루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꾸준함의 가치이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뭔가를 쌓아간 사람은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반짝이는 걸 가지고 있다. 이 글이 자신만의 반짝이는 걸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만한 행복이 없을 것 같다. 부디 내 작은 경험에서 나온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추신) 참고로 이 글에 나오는 주된 개념들은 웬디 우드 박사의 책 <해빗>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환경의 중요성, 마찰력 관리, 신호 관리 같은 주요 개념과 많은 과학적 사례들은 대부분 <해빗>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인용했다. 만약 자신의 꾸준함을 만들기 위해 좀 더 과학적인 이론과 사례를 찾고 싶다면 해빗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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