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트랙 먹고살자고
https://soundcloud.com/badmonnlyk/05-eat?in=badmonnlyk/sets/2019a
어렸을 때 우리는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 "나중에 크면 뭐가 되고 싶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개 뻔하다. "과학자", "선생님", "가수" 같은 멋진 직업을 떠올리며,
그저 꿈을 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 꿈은 서서히 흐릿해지고, 그 자리에 '먹고살자고'라는 단순한 목적만 남게 된다.
이 노래 "먹고살자고"는 바로 그 현실의 끝자락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노래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매일 같은 아침, 하루 삼시세끼 먹으며" 살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결국 우리가 왜 이렇게 사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왜 우리는 일하고, 돈을 벌고, 그런 과정 속에서 힘들어하며 지쳐가는 걸까?
어릴 적 꿈을 떠올리며, "우리가 이 종이를 위해 살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것은 돈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을 지적하는 질문이다.
이 노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뇌와 불안이 녹아 있다.
"수중에 남은 꾸깃한 지폐 한 장, 밥과 담배 중 고민하다 결국 한대 태워"라는 가사는
삶의 공허함과 고통을 피하려는 순간적인 선택을 그린다.
현실에서는 돈이 모자라, 간신히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그 한 끼마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게 된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말이다.
"밥은 먹었냐?", "굶지 말라"는 말은 결국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챙기라는,
삶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상기시킨다. 먹고살기 위한 선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의 기대와 사랑을 받는 일,
그리고 자신이 그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혼자 먹는 밥이 어느덧 익숙해지고"라는 가사에서는
혼자 사는 현실의 외로움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엿볼 수 있다.
어릴 때는 가족과 함께 나누던 식사가 일상이었고, 그것이 따뜻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혼자 살게 되면, 그 밥상은 점차 소홀해지고,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게 먹고살기 위한 삶은 점점 무기력하고 피상적인 일상으로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여전히 '밥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 노래는 이 먹고살기 위한 삶의 무게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돈 받는 내 손이 더러워져도 괜찮아 어찌됐든 먹고살잖아 꿈이 멀어져도"라는 가사는
현실에서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굶지 않으려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달려간다.
"꿈이 더 고파, 이런 말 했던 치기 어렸던 시절이 보고파"라는 가사는,
어릴 적 순수하고 꿈이 가득했던 자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자유'와 '가능성'을 믿고 미래를 그렸지만, 현실은 점차 그런 꿈을 갉아먹는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 일상이 되고, 그 속에서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부모 세대의 고민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꿈을 포기하고, 자식에게 현실적인 삶을 강요한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음을 알고 방관한 것일까?
어릴 때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자신도 자식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밥값을 해 나가야 하는 현실이 그 자체로 엄청난 압박을 주고 있다.
이 노래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엄성과 존재감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알지만"이라고 반복되는 후렴구는,
우리 모두가 결국 먹고살기 위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꿈을 추구하는 일이 가능할지, 우리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알지만, 내가 바랬던 건 그저 사랑"이라는 마지막 가사는,
먹고살기 위해서 살아왔지만, 결국 그 이상의 삶을 원한다는 고백이다.
우리는 먹고사는 삶을 넘어서, 그 안에서 어떤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성공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충족감을 의미한다.
"먹고살자고"는 우리가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잃어버린 꿈과 이상을 다시금 찾으려는 여정을 그린다.
이 노래는 단순한 노동과 수고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면의 갈망을 향한 질문이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계속해서 일하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먹고살자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