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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03. 2023

작자미상의 스코틀랜드 詩

<스코틀랜드인의 자긍심>


1. 여행으로 깊어진 생각


  가끔 한국인으로써의 나 개인과 국가로서의 자긍심은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한다.

그 생각이 깊어진 것은 몇 달 전 스코틀랜드를 다녀오고 부터이다.     



2. 엉겅퀴와 함께하는 스코틀랜드 역사의 흔적


  지금은 영국의 한 지역이 되어버린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의 꽃은 엉겅퀴이다. 척박한 고산지대에 날카로운 가시를 갖고 있는 보라색 엉겅퀴는 그들의 역사를 대변하고 주변국의 침략을 받아왔던 그들 민족의 상징이다.   

  

이에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접했던 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때의 가이드 역시 그 글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출처조차 모른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그들도 이런 글이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던가.      


잊혀져가는 글이라며 힘들게 얻어온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워낙 유머가 강했던 그녀였기에 정확하다고도 할 수 없다. 아무튼 막간의 짬을 이용해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읽어주는 가이드의 목소리에 난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이드를 주시하며 귀 기울이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인 듯 차안의 사람들은 여행의 피로를 내려놓은 듯 창밖을 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얕은 잠에 빠져있었다.   

  

 

3. 스코틀랜드의 업적과 자부심 - 숨겨진 이야기 발견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 글에 꽂힌 나는 이 글을 줄 수 없냐고 물었다. 어떤 곳을 검색해도 만날 수 없는 소개되지 않은 글이기에 더 욕심이 났었는지도 모른다.


저녁에 호텔에 도착하면 복사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가이드를 닦달할 수만도 없는 일. 원본이 있음 사진을 찍으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고 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공개를 꺼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과정으로 힘들게 얻어온 글이기에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글이다.   

   

에든버러성 위에서의 전경 과 거리



스코틀랜드(작자미상)     


스코틀랜드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읽으면 그들과 잉글랜드 사이가 어떤지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잉글랜드 인이 내 집은 내 성이라며 살고 있네.

그 곳에서 민족의상, 허름한 비옷을 입고 있구나.

이걸 특허 낸 사람은 글라스고의 화학자 '찰스 맥킨토시'.

글라스고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출근길에 영국식 샛길을 지나가는구나.

이 길을 포장한 사람은 에어의 ‘존 매카담’.

에어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그가 모든 영국제 차에 타이어가 끼어 있는 건 당연지사

그걸 발명한 사람은 드레건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

드레건은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사무실에 앉아 편지를 받으니 접착 우표가 붙어 있구나.

이걸 발명한 사람은 던디의 서적상 겸 인쇄업자 '존 찰머스

던디'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하루 종일 쓰는 전화

그걸 발명한 사람은 에딘버러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에딘버러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퇴근하니 딸은 자전거를 타고 있구나.

자전거를 발명한 사람은 덤프리셔 손힐의 대장장이 '커크패트릭 맥밀란'

‘손힐’은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뉴스가 궁금해 TV를 보자니, 이건 핼렌스버의 '존 로지 베어드'의 발명품

헬렌스버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뉴스에서 떠드는 미 해군 소식

미 해군 창설자는 커크빈의 '폴 존스'

커크빈은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잉글랜드 인이 어찌 스코틀랜드인의 재간을 피할 소냐.

스코틀랜드를 생각하니 절망 뿐, 위로를 찾아 성경을 들어보니

거기 제일 처음 나오는 사람은 '제임스 6세 왕'

물론, 스코틀랜드인. 그가 그 번역을 흥정 했다네.     


술이나 마시자 하니,

세상에서 술을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이 스코틀랜드인.     


총을 들어 인생을 끝장내자니

후장식 총을 발명한 사람은 피트퍼의 '패트릭 퍼거슨' 대령

피트퍼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수술대 위에 누워 페니실린을 맞으려니

페니실린을 발견한 사람은 다벨의 '알렉산더 플레밍'경

다벨은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마취제를 맞으니,

이건 바스게이트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영 심슨'경의 발견

바스게이트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마취에서 깨어나니 이제야 겨우 영국은행만큼 안전한 느낌

그러나 영란은행을 세운 사람은 덤프리의 '윌리암 페터슨'.

덤프리는 물론 스코틀랜드에 있다네.     


그에게 한 가닥 남아있는 희망이라면

스코틀랜드인의 피를 수혈 받는 것 뿐.     


스코틀랜드는 크게 하이랜드(Highland)와 로우랜드(Lowland)로 나뉜다.     

잉글랜드와 접해있는 지역을 '국경지방(Border)'이라고 부른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인 들보다 고집이 세고 빡빡하고 거칠고 그러면서 정이 깊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점령당한 역사가 없었던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용감하고 강인하다.     

지형과 날씨 때문에 16세기, 17세기 마녀사냥이 가장 극성이었던 곳도 스코틀랜드였다.    

 

지역적 특징 때문에 세계대전의 피해를 벗어날 수 있어서 유럽의 어느 곳 보다도 세월의 품위와 멋을 간직한 지역이 많다.     


스코틀랜드인들이 누구보다 잘하는 분야는 발명, 발견, 만들기 용접, 땜질 등과 같은 것들이다.   

 '홀리루드(Holyrood)'는 '루드(rood)'를 그대로 쓰고 있다.

Rood는 영어로 cross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궁전 이름을 영어로 풀어보면 Holycross(성 십자가)궁전이 된다.          

 


4.  모두가 갖고 있는 자긍심의 힘


  이 후, 이 글에 적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검색되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에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글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갔다.      


그 이유는, 개인이 국가에 대해 그들 스코틀랜드인들과 같은 자부심을 얼마나 갖고 는지, 나 자신은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그런 존재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이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또는 나에게 자신을 보는 바로미터가 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이들과 같은 자긍심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얼마나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코틀랜드인들과 같은 자긍심과 열정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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