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가까워오고 있음을 느껴요
7년 전 첫 제주살이는 얼떨결에 시작한 사회생활의 끝, 다시 시작하는 대학생활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떠난 혼란의 시기였다. 술과 유흥으로 채워진 정신없는 기억이지만 덕분에 다양한 제주의 모습을 경험하고, 제주를 관광지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직장생활에 지쳐 떠난 두 번째 제주살이는 조금 더 생활의 공간으로서의 제주를 느끼게 해 주었다. 생활 루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동네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이직한 회사에는 벌써 적응해 하루하루 출근하기 싫어 다시 이직을 고민하고, 그 사이 팬데믹도 끝나 해외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깐부가 되자던 제주도 숙소 사장님과는 연락을 안 한 지 오래고, 매일 같이 갈 것 같던 제주도 또 소홀해져 버렸다.
제주도에서 구옥을 개조해 공간사업을 할 거예요.
얼마 전 100억이 생기면 무얼 할 거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또 제주도를 꺼내 들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써 내려간 키워드도 또 제주도였다. 새로운 제주도를 알게 된 7년 전부터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한 가지 꿈을 간직하고 있던 거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왜 제주도를 좋아하나요?
제주도는 이미 땅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냐고, 제주도에 망한 게스트하우스도 많지 않냐고, 요즘 다른 지역도 많이 떠오르지 않냐고 되묻는 사람들에게 멋진 답을 들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냥 제주도라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면 다른 곳보다는 제주도였으면 좋겠다.
집 근처를 여행하듯 다니게 됐어.
일 년 간 제주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된 친구가 제주 직장 생활의 장점으로 꼽은 말이다. 제주에 있다 보니 육지 집에 갈 때 마치 여행하듯, 하고 싶었던 것과 가고 싶었던 곳 리스트를 적어 방문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주변을 예전보다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제주도여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평소와 다른 곳에서의 경험이 그동안의 당연했던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느끼게 해 주었다. 긴 일상에 쉼표가 되어 하루하루 다시 바쁠 수 있게 활력을 넣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한 번의 제주를 꿈꾸고 있다. 더 길게. 그리고 더 깊이.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주 중입니다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