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이시영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장 아끼던 씨앗을 바람에게 건네주며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출처: 『은빛호각』(이시영), 민음사(2003)
나는 매년 작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매년 3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 때문이다.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난 뒤 학생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의 관성 위에 놓이면 변화에 무뎌지기 때문인 것 같다. 자란 듯, 덜 자란 듯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낸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관성 위에서 작별에 무딘 것 같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작별은 계절이다. 겨울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봄날의 화사함과 여름날의 생기와 그리고 가을날의 풍요와 작별한 것처럼 보인다. 매년 작별하는 풍경 속에서, 더 이상 졸업하지 않는 나는 세상이 더디게 변한다고 느낀다. 작별에 무뎌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작별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대로였으면 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소시민성에 대해 그렇게도 신랄하게 비판하였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은 이다지도 안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모순적이다. 세월이라는 것이 자연스레 안정을 알려주는 것일까?
작별을 다시 배워야겠다. 꿈 대신 돈을, 사랑 대신 증오를, 배려 대신 경쟁을 차곡차곡 채워 넣고 있는 내 삶을 보면서 작별을 다시 배워야겠다. 그 모든 것들을 성찰하며 작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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