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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Feb 01. 2024

내일을 산다는 것

「다음에」, 박소란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한옥 마을에서 내게 한복을 입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다음에 또 올 테니까 그때 입자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지금 입고 싶은 건 아니야? 난 안 입어도 상관없는데, 다음이라는 이유로 안 입는 건 싫어."

 다음이란 존재할까? 다음의 전제가 무엇일까? 다음의 전제는 내일이 있다는 것. 우리는 늘 내일을 생각하고, 내년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중이라는, 다음이라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

 헤라클레이토스의 명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같은 순간이 있을 수 없음을 안다. 벚꽃을 보려면, 소복하게 쌓인 눈을 보려면 지금이다.

 부처는 말한다. 에히파시코. 이것을 보라는 의미다. 우리는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 지금을 미룬다. 나도 이따금 미루는 습관이 있다. 어쩌면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허상 위에 내 삶을 쌓아가고 있는 건가. 미룰 수 없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당신과 꿈과, 지금과, 사람.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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