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환 Aug 29. 2023

괴롭힘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죠?

'괴롭힘'과 '갈등'의 구분

㈜옹골 마케팅팀 신입사원이던 20대 초반 가열찬 씨. 50대 중반 이만식 부장의 폭언,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질책, 업무실적의 가로챔을 겪던 나머지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로부터 5년 뒤. 승승장구하던 이만식 부장. 회사의 갑작스런 경영악화로 구조조정된다. 회사에서 짤린 것이다. 생계가 막막하던 이 부장. 고령에도 불구하고 후배 소개로 ㈜준수식품 마케팅팀 입사에 성공! 인턴사원이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옹골에서 자신이 그렇게 갈구던 가열찬 씨가 (주)준수식품의 마케팅팀장이었던 것이다!

      

가열찬 팀장은 신입사원 환영을 위해 팀 회식으로 점심을 먹으려 한다. 무슨 메뉴가 좋냐는 김 대리의 물음에 팀장은 ‘피자와 스파게티’를 제안한다. 그런데 이만식 인턴은 국물 없이는 밥을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게 아닌가? 결국 양송이 스프로 배우를 채운다.


 한 달 뒤, 팀장과 팀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커피를 사겠다는 이만식 인턴. 팀장은 ‘듣보잡’ 커피를 주문한다. 팀원들의 커피 만 사온 이만식 인턴. 그래도 팀장은 나무라지 않는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인턴. 독수리 타법으로 밤새 작성한 보고서의 결재를 올렸다. 팀원 회의를 통해 팀장은 이만식 인턴의 보고서를 파쇄기에 넣는다.      


이쯤 되면 이만식 인턴은 생각한다. 이거 ‘괴롭힘 아니야?’ 과연 괴롭힘일까? 괴롭힘이 아니라면, 인턴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위 사례는 드라마 ‘꼰대 인턴’(2020년)을 각색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괴롭힘’과 ‘갈등’의 경계를 넘어서는 고충이 증가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턴은 대인관계 갈등을 겪은 것이다.    

       

출처 : Keashly, L., Minkowitz, H., & Nowell, B. L. (2020). ‘Conflict, conflict resolution and workplace bullying.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developments in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331-362.     


먼저 팀장은 인턴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팀장은 점심 식사 메뉴를 제안했을 뿐이고, 커피 심부름은 인턴이 원해서 했다. 또한 팀장은 팀원의 의견을 수렴해 인턴의 제안을 폐기했다. 즉, 팀장은 인턴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둘째, 팀장과 인턴의 직책에 따른 권력 불균형은 있지만, 인턴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양송이 수프로 식사를 대신에 하는 등 스스로 방어할 수 있었다.


셋째, 팀장의 식사 메뉴 제안은 팀 회식 날, 선호하는 커피의 선택, 제안의 폐기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일 뿐 장기간 반복되었다기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고충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될 수 있다. 신고되었다면 사업주는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괴롭힘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결국은 갈등 해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 것이다.

이전 01화 괴로운데, 괴롭힘이 아니라고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