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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Sep 11. 2023

괴롭힘,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전시 공무원 사례를 통해 살펴본 괴롭힘의 메커니즘

2021년 1월. 대전시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20대 A 씨. 휴직 신청을 하루 앞두고 자살했다*

      

[A 씨 (생전 가족과의 전화 통화 내용) : 출근 9시까지인데 8시 전에 와서 ○○님 책상 위에 물 따라 놓고 커피 따라 놓고 이런 걸 말하는 거야. 다 서무가 하는 거라고 했어. 거기에 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어. 그 뒤로 나를 완전히 싫어하기 시작했지.]     


A 씨는 9. 26.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A 씨의 병원 진료기록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에도,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 '왕따를 당한다'는 등 하소연하는 글이 여러 개 확인됐다.     


A 씨가 일한 부서 관계자는 8월 말 A 씨가 업무 조정을요청해 업무량을 줄여준 적은 있지만 부당한 업무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직장 내 따돌림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조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밝혔다.**

     

A 씨가 남긴 가족과의 전화 통화 내용, 정신과 진료기록, 휴대전화 메시지, 그리고 그가 업무 조정을 요청했던 사실의 4가지는 괴롭힘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할 충분한 자료를 제공한다.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A 씨는 이른 출근, 물과커피 심부름(괴롭힘 행위)을 거부하자 따돌림과 무시(괴롭힘 지각)를 당해 우을 증세 호소(정서적 반응)하며휴직을 신청(조직에 미치는 영향)했지만, 극심한 고통에 자살(개인에 미치는 영향)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행위자와 피해자를 축으로 구성한 괴롭힘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A 씨가업무 조정을 요청하여 업무량을 조정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조직 차원에서의 정책이 완벽하게 이루어졌을까? A 씨가 하기 싫어한 물과 커피 심부름 같은 업무를하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제재하였다면 괴롭힘을 억제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였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꼭 필요한 업무라도 업무의 의미성과 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었다면 A 씨는 괴롭힘으로 지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괴롭힘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A 씨의 사회적 환경과 성격, 개인사와 같은 개인적 특성이다****

      

특정 사람에게 편견을 갖고 있거나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갖게 되는 선입견과 같은 맥락적 요인은 괴롭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 이로서 피해자는 괴롭힘 행위임을 알게 되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고통을 경험한다. 결국 피해자는 괴롭힘 행위를 견디거나 피하기 위해 병가, 휴직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거나, 신고자를 보호하는 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는 괴롭힘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또는 피해자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성격, 개인사는 괴롭힘 지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이나 조직에서 나타나는지엽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유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이다(Lipsky, Seeber & Fincher, 2003).*****

 


[각주]

* 언론(대전시 새내기 공무원 극단적 선택...유족 "부당한 업무·따돌림에 힘들어해". 2021. 9. 29.)은 ’극단적 선택‘이라 보도했으나, 정신과 의사 나종호는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유족에게도 또 다른 형태의 가해를 입히는 것이므로 자살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이 글에서는 자살로 표현해다(참조;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대전시는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9. 29.부터 10. 31. 까지 직장 내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참고인마다 증언이 다르고, 유족이 주장하는 내용과 관계자들의 답변 내용이 상반돼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수사기관에 의뢰키로 했다.(대전시, 공무원 사망사건 "수사의뢰"…유족 "떠넘기기". 오마이뉴스. 2021. 11. 2.)    

 

*** 2021. 9. 29. YTN보도 내용으로 저자가 괴롭힘 메커니즘의 모형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 이는 기사 내용을 통해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관련 내용에 관한 설명은 생략했다.      


***** 참고문헌 : Einarsen, S. V., Hoel, H., Zapf, D., & Cooper, C. L. (2020). The concept of bullying and harassment at work: The European tradition. In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pp. 3-53). CRC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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