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한복판에서
물결들이 어둡게 일렁일렁 사라져 간다.
사그라들지 못한 더위를 삭혀보려고
옷을 벗고서 암흑 속으로
풍덩 빠져본다.
달 아래 깨진 유리 파편 같은 빛 사이로
낯선 이의 형체가 물 위에 선 모습이
어둠 속 메아리처럼 움직이고 있다.
몸을 돌려 물 밖으로 나가려 해 보지만
불어 치는 바람에게 속절없이 휩쓸리고
귀를 감는 물소리에 놀라
다급히 하늘을 본다.
낯선 이 가 서서히 물 위로 눕는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같은 것이.
허우적 대는 손으로 그이의 팔을 확 잡아끌었다.
물에 잠식당한 듯 새빨갛게 돌출된 안구와
입술 없이 당당한 푸르른 잇몸과
가지런한 하얀 이가
딱딱딱 소리를 내며
나를 보며 웃는다.
펄럭이는 잿빛 피부 아래 물방울이 보글보글.
누워서 비명을 지른다.
곧 이어질 비극을
예감이라도 한 듯
강은 소리도 없이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