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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시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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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Dec 29. 2023

동승

달이 유난히 밝은 밤 

손님도 너도 들뜬 밤 

너의 자동차 뒷바퀴에 스르르 몸을 맡긴다. 


쩌업-쩌업- 짓이겨지는 나의 몸 

라디오에선 밤을 찢는 날 선 목소리

소란한 장막 사이의 이야기들

그 소리에 묻힌 나는 어두운 그림자


지루해진 나는 

백미러를 삼킬 듯이

입을 쩍 벌려 환하게 웃는다.


깜짝 놀란 너희 둘은

뒹구르르 차와 함께 굴러

나도 함께 뒹구르르 


피투성이 너를 보고 

나 같아진 손님을 보고  

펄쩍펄쩍 자동차에 올라타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한바탕 먼지가 지나가고

가리워진 구름의 울음소리와 

잦아드는 나의 웃음소리와

너의 눈꺼풀이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네 

웃음을 그치고 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과 함께 네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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