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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시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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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Jan 05. 2024

모피코트를 입은 여우들

먼지가 뿌옇던 어느 여름날 오후

사람처럼 새까만 머리를 한 여우들이

기다란 모피코트를 입고 집 앞에 모여

쑥덕쑥덕 쑥덕쑥덕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짧은 비명에 하늘이 쾅쾅 울리고

울음소리가 구름을 흠뻑 적시자

여우들은 비를 맞으며 우르르 모여들었다.


내 머리 위 그림자가 늘어갈수록

녀석들의 얼굴은 더욱 뾰족해지고

모피코트는 갈수록 진한 색으로

긴 머리와 한 몸으로 뭉퉁그려졌다.


그중 하나가 툭 튀어나온 코로

나의 엉덩이를 찔렀다.

놀란 나는 그 길로 뛰쳐나가

엄마 엄마 살려주세요


여우들도 그 뒤를 쫓아오며

엄마 엄마 살려주세요

히히히 히히


쫓아오는 여우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

모피코트가 바닥을 삭삭 쓰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내 발목을 잡는다.

날카로운 발톱에 피부가 찢기고

긴 주둥이가 머리카락을 씹어 삼킨다.


꿈 인지 생시 인지

내달리며 우는 눈에 핏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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