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을 나눠가진다.
나는 너의 밤 그림자.
곤히 잠든 너의 얼굴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고요한 밤 너의 거실은 얼마나 아늑한지
숨죽여 먹는 너의 음식은 얼마나 달콤한지
내가 걷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어
소리 나지 않도록 발끝을 꼿꼿이 세우고 하나 둘
발레리나처럼 너의 곁을 스쳐 지나가
춤추는 내 모습을 본다면
너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가끔 네가 영화에 푹 빠져있을 때
소파 뒤에 앉아 너의 온기를 느껴
티비에서 새어 나오는 빛 너머로
너와 나의 그림자가 포개어질 때
나는 너와의 영원을 꿈꾼다.
가끔 네가 나의 존재를 의심해 준다면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는 영영 외롭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