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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시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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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Jan 12. 2024

연가

우린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을 나눠가진다. 

나는 너의 밤 그림자.


곤히 잠든 너의 얼굴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고요한 밤 너의 거실은 얼마나 아늑한지 

숨죽여 먹는 너의 음식은 얼마나 달콤한지 


내가 걷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어 

소리 나지 않도록 발끝을 꼿꼿이 세우고 하나

발레리나처럼 너의 곁을 스쳐 지나가 

춤추는 내 모습을 본다면 

너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가끔 네가 영화에 푹 빠져있을 때 

소파 뒤에 앉아 너의 온기를 느껴 

티비에서 새어 나오는 빛 너머로 

너와 나의 그림자가 포개어질 때 

나는 너와의 영원을 꿈꾼다.


가끔 네가 나의 존재를 의심해 준다면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는 영영 외롭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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