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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Aug 28. 2024

지금, 나와 함께 노는 친구들에게(2)

롹스텝~ 샷세~ 리듬에 맞추는 댄스! 댄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반, 우석대 평생교육원 댄스 플로어에 등장하는 중년 여학생들!

지난번 수업 때는 신발을 바꿔신으며 나눈 대화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지요?


"주차장 아저씨들이 우리 반 때문에 내기를 한다네요."

"이렇게 더운데 15층 댄스반 사모님들이 나오나? 안 나오나?"

"아저씨들이 우리 보고 정말 독하다고 하겠네."


한때 우리 라인댄스반의 모토가

"못 먹어도 GO!" 였는데 덥다고 쉬어 갈 수 없지요.

코로나도 갈라놓지 못한 우리 반!

매주 는 얼굴인데도 얼마나 반가운지요.




열정 넘치는 위선생님 덕분에 회원수도 적은 우리 반이 끊임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위선생님은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 춤선생이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셨죠.

그뿐인가요?

음악을 선곡하는 센스가 남달라서 일단 귀호강에, 우리들 춤의 품격도 한층 돋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 댄스반 학생들도 면면이 매력쟁이들이죠.

전문직도 놓아버리고 더 늦기 전에 놀아야겠다고, 마당을 꽃대궐로 가꾸고, 놀이 친구들을 새봄마다 초대하시는 심선생님, 최원장님은 이제 행복한 타샤가 되신 것 같아요.


그 댁 큰 나무 그늘에서 차를 마시고 정담을 나누다 보면 우리들은 잠시 속세를 잊어버리죠.

금손 가드너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은퇴 이후를 생각하며 마음건강, 몸건강 챙기느라 입문하시는 교수님들도 잘 오셨어요.

얼마 못 가 그만두실 것 같은데도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근성들이 대단하세요.

아마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취향까지 두루두루 잘 맞아서 그런 것도 있겠죠.


눈빛만 마주쳐도 얼굴이 발그레,

조금 딱한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까지 그렁그렁,

유리같이 여리디 여리면서 우리 댄스반의 교과서 안샘!

어찌 그리 정확한 박자, 정확한 순서를 짚어가며 춤을 추나요?

안샘 결석하면 우리 좀 불안해요. 아프지 마세요.

가냘픈 몸으로 풍물팀에서까지 활동하는 걸 보면 의외로 강단이 있는 거 맞죠?

세 남자(남편과 두 아들)가 왕비처럼 보살펴 주니까 걱정 안 할게요.


그나저나!

저는 한춤, 양춤 다 추느라고 양쪽 선생님들한테 자꾸 꾸지람을 먹습니다.

월요일에 라인댄스반에서는 턱을 들고 가슴을 열어젖히라고 배우고,

토요일에 설장구샘한테 가면 어깨를 내리고 다소곳이 힘을 빼라고 배웁니다.


그 결과 자세전환에 혼란이 오는지,

라인댄스에 가면 수그린다고 혼나고,

설장구에 가면 쳐든다고 혼나고,

이러다가는 "하이브리드 춤신" 머잖아 고장 날까 걱정입니다, 하하.




방안퉁수처럼 어느 경연장, 공연장에 가볼 생각은 못하고 그저 우리끼리 밖에는 놀 줄 모르는 우리 반!

몇 년간 학기가 끝나면 와인 테이블을 차리고 우리끼리 작은 파티를 했었는데 코로나로 멈추었죠.


그래도 작년에 작은 발표회는 한 번 했죠?

그것도 색소폰 연주와 함께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였지만.

농담 같은 대화 끝에,

일은 저질러야 한다면서,

지금의 우리들이 망설일 것이 뭐냐?

빠른 결정과 일사천리 추진력이 장난 아니신 분들이죠.


못 먹어도 GO! GO! GO!

우리 반 선생님과 학생들이 중년의 일상을 춤과 음악으로 풍요롭게, 오래오래.

댄스! 댄스! 댄스!


2024년 8월 28일 / 라인댄스 월요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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