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가을이 온 것!
어제 오전에,
찻길 옆으로 지나친 풍경이 너무 아쉬워서
"내일은 꼭 차를 세우고 보리라"했다.
그 노란색
벼익은 논이 종일 눈에 삼삼했다.
오늘
차를 멈추고 보았다.
흐흐
맞아, 여기였구먼.
내일이면 못 볼 수도......
기계가 못 들어갈 곳은 미리 낫질을 해 두었군.
이렇게 익었으니 얼른 베어야겠다.
아마도 나 보라고 오늘 안 벤 거?
음,
벼익은 노란색은
내 색연필로는 못 칠하겠다.
자연에만 있는 색인 거 맞지.
이쪽저쪽
사진을 찍는데 눈이 부시고 좋다.
잠깐새 만난
가을것들은 이렇다.
큰 논에 가득 익은 벼
덜 핀 억새꽃
활짝 핀 코스모스
보라 잉크색 달개비꽃
희고 잘잘한 꽃 유홍초
희고 털털한 박주가리꽃
루드베키아를 닮은 돼지감자꽃
알이 굵고 잘 익은 대추열매
물드는 은행잎과 무르게 익은 은행열매
탱자나무에 얹힌 애호박과 노란 호박꽃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여러 가지 풀들과 물웅덩이
나는
바쁜 일이 없으니
더 구경해도 좋지만
자꾸 개가 짖어서
이제 그만 차에 올랐다.
무심코 조수석을 돌아보았다.
잡동사니 가방만 속을 보인다.
뒷좌석도 보았다.
비었다.
순간, 풉하고 웃었다.
내가 뭘 찾는겨?
참, 무의식도 염치없다.
가을걷이 챙긴 것은 없나 무심결에 둘러본 것.
풍경수확이 만차로군!
잠깐만에
폰갤러리가 부자 됐고
기억회로에 뚜렷이 각인된 올가을!
오늘 차에서 내린 것,
내겐,
그게 바로 가을걷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