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면역의 개념은 그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면역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 몸이 외부의 병원체(항원)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기전이며,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눠진다.
선천면역은 피부, 점액 조직, 강한 산성의 위액, 혈액 속의 보체(complement)등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면역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면역은 출생 이후 획득하게 되는 후천면역(획득면역)이다.
획득면역(후천면역)은 엄마의 모유를 통해 받거나,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서 침입했던 항원을 기억하거나, 예방접종을 통해 획득하거나, 항원을 이길 수 있는 항체를 주입하는 방법 등으로 가질 수 있다.
면역체계는 단순하지 않지만, 무균이 아닌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격-방어의 전투상황과 유사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병적공격이 있더라도 방어력을 높이고 최상의 면역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신체적 질병을 방어하는 면역체에 대한 연구도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정신적 건강에 대하여 면역의 개념 적용은 아직 생소하다.
인간은 신체와 정신, 더 나아가 영적, 사회적으로도 유기적 관계를 이루는 존재이다.
그동안 신체적 건강에 관심이 더 많았다면, 정신적 건강에도 많은 관심과 효과적인 방어력을 키워 정신적 면역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 재난, 재해,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크고 작은 일들로 우리의 정신건강은 많은 위협과 공격을 받는다.
예전에는 정신적 질병과 관련되어 많이 쓰였던 용어 중에 ’ 스트레스(stress)’가 있었는데, 요즘은 ‘트라우마(trauma)’라는 용어가 일상 곳곳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트라우마는 원래 큰 상처를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인데, 재난, 학대, 폭력 등 인간의 정신건강에 갑작스럽고 큰 사건 또는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을 말하며, 여러 정신적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이 트라우마를 정신적 외부 공격인 항원의 개념으로 비유한다면, 면역체인 항체의 개념으로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대비하고 싶다. 레질리언스는 처음에는 탄성체가 되돌아갈 수 있는 잠재적 에너지로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용어였는데, 사람에게 적용되면서 변화와 역경에 잘 적응하고 극복하는 능력, 질병이나 스트레스, 트라우마에서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힘으로 이해되고 있다. 레질리언스는 여러 분야의 활용과 더불어 극복력, 회복력, 탄력성, 적응유연성, 복원력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레질리언스의 다양한 번역과 적용 분야에서 공통된 의미는 위험요인(항원)에 노출되었다는 것이고, 그러한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발달, 성공적인 방어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보다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신적 면역체인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는가이다. 이에 대해서도 앞서 여러 학자들이 레질리언스(Resilience)는 생성, 유지, 소멸한다고 하였으며, 그 특성도 변화된다고 하였다.
필자는 일상의 정신적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레질리언스(Resilience) 유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나 자신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먼저 가져보길 권한다.
정신-사회적 건강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과 잦은 실패 경험은 어떤 공격보다 파괴력이 크다. 외부의 공격도 어마어마한데 내부의 균열을 자초한다면 방어체계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먼저 나 자신이 회복되고자 하는 마음의 신호를 충분히 인지하고 구조신호탄을 높이 쏘아 올려야 한다. 아직 아무도 신호탄을 보지 못했을지라도, 나 자신은 구조요청의 신호를 보내며 구조받기를 갈망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고 회복할 수 있다 믿을 때 돕는 손길도 잡을 수 있다.
대게 정신적 회복력(Resilience)이 낮은 사람들의 언어습관을 보면 패배주의적이고, 희망, 믿음, 기대 등의 긍정적 표현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난 아무것도 안 돼.”, “다 해봤지만, 소용없어.”, “그것만으로 부족해.” 등등.
한두 문장만 들어도 힘이 빠진다.
하지만 스스로부터 차오르는 믿음의 표현들은 더 큰 긍정의 에너지를 만든다.
“다시 한번 해볼게요.”, “차차 나아지겠지요.”
둘째,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머는 개그맨의 전유물이 아니며 재미있는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감정도 아니다. 우울과 비탄의 감정은 최루가스를 뿜어내어 주변을 눈물 흘리게 하지만, 유머는 통통 튀는 경쾌함과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을 촉진한다.
또 유머는 폭소, 놀라움, 환희, 기쁨, 감동, 여유 등의 감정과 함께 트라우마였던 사건을 재해석하게 되며 성찰과 성숙함을 끌어낼 수도 있다.
라디오 진행자의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같이 우울해질 뻔한 사연이 미소 짓게 만드는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청취자가 요즘 걱정거리가 다정했던 남편이 무심해졌다며 원망하는 사연을 보냈는데, 라디오 진행자의 답변이 ‘ㅇㅇ님, 참 부럽네요, 걱정거리가 무심한 남편뿐이라는 것이….’라고 멘트를 하는 것을 듣고 필자는 웃음이 나왔다.
우울한 사연을 진행자가 멋지게 유머로서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 진행자는 낙심에 빠진 애청자에게 그 정도의 걱정거리는 걱정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문제를 심각하게만 바라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전환해 보라는 유머러스한 반응을 한 것이다.
셋째, 상상력이라는 추진 장치를 장착하라.
「빨강 머리 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유년 시절을 보낸 앤이 말했다. ‘저는 기억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좋아요.’ 앤에게는 아픔이 많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고대하며 상상하는 것이 더 기쁘고 힘이 나는 일인 것이다.
과거의 슬픔과 아픔이 때로는 미래로 나아갈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은 현재 부족한 동력을 증폭시킬 추진력이 될 수 있다. 두려워 말고 많은 가능성과 꿈의 실현을 마음껏 상상해 보라! 성큼성큼 이루어지고 있는 꿈을 향한 발걸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용기 있는 성품이다.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높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내릴 수 있다. 이를테면 재능보다 용기가 문제라는 것이다.’라고 일본 유명작가 시바 료타로는 그의 작품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말했다. 용기는 두려움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헤쳐 나가는 성품이다.
이때 더욱 집중할 것은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생각하고 시작하면 힘들고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주저하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로 시동을 걸어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정신건강과 정신적 면역력을 위해 믿음, 유머, 상상력, 용기 등 4가지를 잘 키운다면, 때론 마음이 아프더라도 잘 이겨내고 치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