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건축기사래요
* 돌아온 탕자(부분). 렘브란트 작
일요일 아침, 공원에서 버릇처럼 맨발로 운동했다.
화장실에서 발 씻고 나오니 초등학교 고학년 녀석이 내게 시선을 주면서 관심을 가진다.
(하긴 이 정도 생겼으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시선을 받지만)
그런데 이 녀석 대뜸,
“여기가 중구예요, 남구예요?”라며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것도 모를까.
살짝 째려보며 “중구!” 했다.
그러자 이 녀석 “그런데 왜 남구 같지?” 한다.
이 녀석 봐라? 중구 하늘이나 남구 하늘이나, 같은 하늘이면 똑 같지 뭐가 별다를까만….
(아, 국회의원 지역구는 같구나!)
그네에 올라타고 대꾸를 안 했다. 그러자 녀석이 옆 그네를 나와 반대로 앉아 흔든다. 한 번씩 얼굴이 교차할 때마다 나를 보고 있다. 마치 삶의 속성인 시간이 우리네 교차점의 핵심이라는 듯했다.
그러더니 “아! 남구와 중구 경계라서 그렇구나.”
드디어 깨달음을 얻은 눈치다.
“몇 학년?”
“6학년요.”
“남구 살아?”
“예”
“여기엔 뭐할라꼬 왔노?”
“자전거 타고 오다 보니 왔어요.”
“남구에서 중구에 오려면 돈 내야 하는데?”,
“…….”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대화를 수습해야 했다.
“너 공부 잘해?”
“예, 잘해요.”
이놈 봐라? 감히 거짓말을…. 아무리 봐도 덜 떨어지게 생겼구먼, 내 어린 시절 기억에 거짓말해가며 물었다.
“반에서 5등 안에 들어?” 했다.
“전교 일뜽했어요.”
‘억!’
“저번 달에 일뜽 메달 받았어요.”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이 아니다. 솔직히 기 좀 죽었다. 그래도 눈에 힘주고,
“커서 뭐가 되고 싶은데?”라고 물었다.
“건축기사요” 한다.
“하필?” 했더니
“우리 엄마 넓은 집 지어주고 싶어서요.”
그네에서 내려 발길을 돌렸다. 나무 의자에서 어린 주인에게 버림받은 야구 모자가 날 비웃는 것 같다. 집에서 컴퓨터로 살생해대는 아들놈이 떠올랐다.
네 엄마는 좋겠다.
나는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