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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백수, 강제 히키코모리의 삶 (2)

by 삐아노



내가 무료, 불안, 우울,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한 행동 중 첫 번째는 바로 '독서'였다.



유튜브를 볼 시간에 책을 읽자는 취지였다.



한창 대학생 때는 집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낙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공서적이나 논문의 발췌 빼고 읽고 있는 것이 없었다.



교ㅇ문고에서 리뷰를 보고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

그다음에는 밀ㅇ에 가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주로 집에서는

침대에서, 소파에서 누워서 읽고

비행기 안에서 읽고

여행 갔을 때 밤에 읽었다.



당연히 유튜브를 아예 끊지는 못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줄었다.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봤나? 하면 책 어플을 켰다.

물론, 핸드폰으로 전자북을 보는 셈이니 종이책보다는 집중력이나 정보처리에 훨씬 안 좋은게 사실이지만

해외에서 전자책이라도 볼 수 있음에 다행이었다.



내가 읽은 책들을 인스타에 기록했다.

(최대한 인스타는 보지 않는다. 기록만 하고 바로 나온다.)



작년 말쯤부터 시작한 독서 기록이

어느덧 124권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많이 바뀌었고 성장했다.

뇌과학서나 정신의학 전문의가 쓴 책들을 통해 내면을 다스렸고

각종 소설을 보며 그 상상력과 표현에 감탄, 감동하게 되었다.

또 화술, 인간관계도 많이 배웠다.



앞으로 2년 - 파나마 사는 동안 500권을 읽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 되면 내가 얼마나 더 성숙해져 있을지 기대가 된다.




두 번째는 운동이다.


내가 무력하고 우울해도 단 하나 놓지 않았던 건 운동이다.

1년 반 가량은 웨이트+유산소를 열심히 했다.

최근 3개월은 웨이트를 멈췄지만 대신 유산소를 주 5일 빼놓지 않고 1시간~많을 땐 100분가량 했다.



초반엔 날씬해지고 싶다란 목표가 있었지만

어우 - 살 빼는 건 역시 식단이다.

찌지 않고 유지만이라도 하자로 바뀌었다.



오늘부터 다시 웨이트를 시작했다.

그간 그래도 운동이라도 한 게 어디냐 한 생각이 든다.


운동은 우울증 약이랑 효과가 비슷하단다.




셋 째는 외출이다.

나는 E와 I가 비슷하지만 E성향이 좀 더 크다.



친구랑은 1년에 한두 번 가끔씩만 보는 걸 선호하고

단체모임을 좋아하지 않으며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안 맞는 상대와의 만남은 기가 빨린달까.



한편으론 내가 주최하는 모임은 매우 좋아하며(영어스터디 모임, 음악취미모임, 음악전공자모임 등 많이 열었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발굴하는 것도 좋아한다.

앞에 나가서 말하는 것도 떨리지 않는다. (연주는 다르지만)

결혼식에서도 0.1도 안 떨리고 안 슬퍼서 아쉬웠다.




파나마에는 한인이 별로 없다.

원래 300명이었는데

최근 ㅇㅇ기업에서 주재원이 많이 들어와

600명 정도 있단다.

나는 한인모임, 종교모임을 나가지 않았고

(지금도 안 나간다는 거에는 변함이 없다.)

남편 회사 와이프분들은 죄다 자녀가 있었기에

접점이 하나도 없었다.

가끔 명절 전체모임에서 한두 번 뵙는 정도?



그렇다 보니

딱히 약속도 없고

밖에도 위험하고 언어도 안되니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나가보니 그간

사람을 안 만나고 이야기를 안 해서 울적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집에 있어서 우울했던 게 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샌

주 1회 음악수업도 가고(내가 하는 거)

주 1회 미술수업도 다닌다.

필라테스도 시도했으나 스페인어도 너무 어렵고

허리가 아파 포기.

하나 더 배우고 파서 뭐 없나 기웃기웃하고 있는데 진짜 없긴 하다. (질 좋고 다양한 한국 교육 만세ㅠㅠ)

스페인어-한국어 교환 레슨 해보고 싶긴 한데 흐음.



그리고 최근에 다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서

근처 몰에 가서 구경도 하고 스타벅스가서 공부하면

리프레시되고 진짜 좋다.

저번주엔 너무 귀찮고 축 쳐져서 아예 안 나간 날이 있었는데 진짜 우울했다.

는 귀찮아도 밖에 돌아다녀야 하는 체질인가 보다.

(사주에 수가 많아서 그렇다며 ㅎㅎ)


곧 논문을 뒤져가며 경제 공부도 시작하려 한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던 모습이 그리워서 그렇지

그때도 힘들었고 울적한 건 분명 존재했다.


파나마를 떠나 한국을 간다면

파나마가 그립겠지?

사람이란 언제나 결핍을 느끼도록

뇌가 세팅되어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결국은 방법을 찾아내고

바뀌고 성장해가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Canal Towpath (At New Hope) (circa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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