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일기』
아침 공기가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었다.
시장보다 먼저 계절이 변하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한동안 숨을 고르며, 오늘도 노트를 펼쳤다.
이제 이 노트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매일 같은 동작으로 펜을 잡는 순간, 마음이 정리됐다.
그건 마치 군인들이 전투 전에 총을 점검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싸우러 나가기 전에, 나 자신을 점검했다.
페이지 상단에는 날짜와 감정이 적혔다.
‘감정 상태: 평온 50%, 무기력 30%, 기대감 20%.’
그 아래에는 어제의 복기 문장.
‘익숙한 패턴은 습관이 아니라 함정이다.’
그 한 줄이 나를 붙잡았다.
시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이미 전투 중이었다.
적은 차트가 아니라, 내 안의 충동이었다.
9시가 되자 체결음이 연속으로 울렸다.
시장이 열렸다.
나는 곧바로 매수 버튼 위에 손을 얹었다가,
다시 노트를 바라봤다.
‘진입 전, 생각은 10초. 감정은 1초. 기록으로 9초를 메운다.’
그 문장을 적고 나니 신기하게 손이 가라앉았다.
오늘 나는 거래보다 기록을 먼저 했다.
아니, 이제 기록이 거래의 일부였다.
이건 단순한 일기장이 아니라 이성의 훈련 도구였다.
장중에 갑작스러운 뉴스가 떴다.
“전자, 영업이익 급증.”
주가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모니터가 붉게 물들고, 호가창이 요동쳤다.
나도 모르게 손이 반응했다.
클릭 직전, 펜이 움직였다.
‘지금 손의 이유는 이성인가, 반사인가.’
그 문장을 적고 나니, 모든 게 멈췄다.
주가는 여전히 오르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의 열기는 식었다.
나는 매매 대신 관찰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했다.
‘이익의 냄새는 언제나 빠르다. 그러나 빠른 냄새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 한 문장을 남기며 차트를 닫았다.
점심시간, 나는 카페로 향했다.
커피잔을 손에 쥔 채,
내 노트를 펼쳤다.
사람들은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었지만,
나는 잉크 냄새를 맡고 있었다.
페이지마다 묘한 냉기가 배어 있었다.
그건 감정이 증발하고 남은 흔적 같았다.
예전의 나는 언제나 조급했다.
빠르게 사고, 빠르게 팔았다.
속도가 나의 무기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젠 느림이 무기였다.
기록이 나를 늦추었고,
그 느림이 나를 구했다.
오후 2시, 시장은 다시 흔들렸다.
손실 종목의 하락폭이 커졌다.
불안이 번졌지만, 나는 또 펜을 들었다.
‘공포: 70%. 이성: 30%.
지금은 훈련의 시간.’
그 문장을 적고 나니,
손이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를 적어버리면,
그건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이건 마치 마음속의 소음을 잉크로 옮겨
조용히 밀봉하는 행위 같았다.
3시 30분, 마감 종소리가 울렸다.
계좌는 전날과 비슷했다.
변한 건 없었지만,
마음은 확실히 달랐다.
노트에 적었다.
‘오늘의 수익: 0%.
오늘의 훈련: 100%.’
저녁,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노트를 다시 펼쳤다.
내 글씨는 여전히 서툴렀다.
하지만 그 서툼 속에 하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매일 쓰는 문장들이 이제 나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되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 줄에 이렇게 썼다.
“시장은 나를 시험한다.
그러나 기록은 나를 훈련시킨다.”
그 문장을 적는 순간, 묘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수익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 때문이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잉크 냄새가 희미하게 남았다.
그건 나의 하루이자, 나의 훈련의 냄새였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내일도 이성의 훈련은 계속될 것이다.
시장은 변할 것이고, 나는 또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기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본 연재는 헤리티지룸(HeritageRoom) 의 프리미엄 매매일지 『장중일기』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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