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불행이 우리를 덮칠지라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by 샤이
출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공식 홈페이지
산과 교과서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네요.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Bad things at times do happen to good people'

-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중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2화에서 나오는 대사다. 어려운 출산인 줄 알면서도 아기를 끝까지 뱃속에서 지키고자 노력했던 산모와 석형. 하지만 하늘은 야속하게도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를 지키지 못한 산모와 그런 산모를 대면해야 하는 의사 석형. 그는 병원을 떠나는 산모에게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살다 보면 '정말 저런 사람은 누가 안 잡아가나' 할 정도로 악독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잘산다. 물론 사연 없는 집은 없겠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건 말이다. 반대로 진짜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인데 불행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종교를 믿지 않는 나조차도 '정말 신이라는 분이 계신 것이 맞나. 하늘은 무심도 하시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 신랑에게 새벽부터 부고 연락이 날라왔다. 신랑 회사의 윗분으로 새벽에 심근경색에 따른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신랑이 정말 좋은 분이셨다고, 불과 목요일까지만 해도 정말 평범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며 참 많이 안타까워했다.

이제 이 나이가 되면 부고 연락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저번 주에 만난 친한 학교 선배는 수의사였던 매형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위암으로. 그래서 그 충격으로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는다고 한다.

이제 어른들의 부고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 그리고 신랑과 나의 건강까지도 걱정해야 할 나이이다.

그리고 나쁜 일은 사람을 가리지 않나 보다. 좋은 사람도 충분히 나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이때 정확히 쓰이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럼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최근에 출간된 인문학 책인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의 책 뒷표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


불행과 기쁨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오듯, 죽음도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누구에게는 더 빨리, 다른 누구에게는 조금더 느리게 올 수도 있지만 내가 어느 쪽이 될지는 죽기 직전에야 알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죽음의 순서는 그 누구의 탓이 아니다. 그러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나에게 오더라도 나의 탓이 아님을, 그냥 랜덤으로 오는 불행인 데 하필 이번에는 내가 당첨되었다 생각하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충분히 아프고, 힘들어한 후에 다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당장 죽음이 내 앞에 다가오기 전까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음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죽음은 언제나 최소한의 마지막 말을 남길 시간은 남겨둔 채 찾아온다고 한다. 마지막 말에 후회와 연민이 남아있지 않도록 나만의 마지막 말을 미리미리 준비하며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 보자.

지금 불행이 나의 옆에, 여러분 옆에 다가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그 불행을 이겨낼 힘이, 다시 다가올 희망을 받아낼 힘이 충분히 있다.

석형의 메시지를 받아본 산모가 병원을 떠나면서 석형에게 남긴 메시지에서 그녀에게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아이를 그에게 부탁하는 장면처럼.


"교수님 미안해하지 마세요. 혹시라도 저에게 천사가 찾아오면 그때 다시 지켜주세요."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2회에 등장한 산모가 정말 새로운 생명을 품은 채 석형을 찾아온다. 밝은 미소를 지은 채. 비록 드라마이지만 인생 또한 드라마가 아니겠는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사는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혹시나 불행이 우리를 덮친더라도 제일 처음 저 대사를 기억하자.


'때로는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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