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수업
드디어 오늘이다. 30대가 끝남과 동시에 40대가 시작되는 날이.
아, 물론 바뀐 한국나이로. 41살에 나이가 바뀌어 38살부터 다시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미신이라 불릴 수 있는 39살이 두 번 반복된 것. 사실 난 아홉수, 삼재 이런 걸 믿지 않는다. 부모님께서 너무나 절실하게 믿으셔서 매번 반박하느라 작은 말다툼이 날 정도.
하지만... 다시 돌아온 39세는 아홉수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삼재의 마지막 해라고 한다. '삼재? 뭐 이런 게 있다고?' 했지만, 어느덧 엄마에게 묻고 있다. '나 삼재 언제 끝나? 아홉수가 정말 있는 거였어?'라고.
이 나이가 되니 알게 된 것이 있다. 20대의 고민과 30대 초중반까지의 고민까지는 정말 고민도 아니었다는 것을. 고통? 역경? 물론 어린 나이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성공 스토리를 보아도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조금더 부족한 환경에서 고난과 역경을 겪은 뒤 성공스토리를 쓰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인생이 흔한 인생은 아니다. 부자는 아니어도 성실하게만 살면 먹고살만했던 부모님 세대, 그 밑에서 자란 나와 같은 80년대 생들에게는 큰 역경들이 없었다. 어쩔 때는 이런 저런 일들로 죽을 만큼 힘들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별거 아닌 문제들이 가득한 그런 시절을 난 보내왔다.
내가 애정하는 책 중 하나인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진짜 인생은 40대부터라고. 그리고 50대가 지나 60대가 돼서야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 거라고. 조용했던 인생에도 40대가 되면 가족 중 한 명이 아프거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거나, 조금 큰 자식이 속을 섞이거나 하는 일이 40대에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그러니 40대에 나의 성적표를 미리 매기지 말라고 말이다. 중요한 건 이 40대를 거쳐 50대까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60 이후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
생각해 보면 부모의 품을 겨우 벗어난 20대에는 열심히 놀고, 정말 최선을 다해 놀고, 졸업할 때가 되어 취직이 안된다고 해서 대학원을 갔다. 대학원을 졸업하니 운이 좋게 취직하고, 취직하니 결혼할 나이라고 그래서 30대에 결혼을 했다. 결혼하니 아이를 낳아야 하는 나이라고 해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 이러다 보니 벌써 40대가 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 대해서, 나의 인생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한 것도,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 대해서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더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의 생각이라고 한 그것들이 정말 나의 생각이 맞는지. 겉으론 어른이지만 속은 20대 그대로인 내가 정말로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과 함께 나의 아이에게는 부모의 역할과 동시에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매일 책에서 읽은 좋은 말을 되새기며 다짐한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이런 어른이 돼야지. 현실은 여전히 부족한 어른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나아간다. 계속 읽고 계속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러면 이제 시작한 나의 인생 수업도 이 수업이 마칠 때쯤이면 꽤나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실 진짜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는 쓰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수리 작가님은 살면서 꼭 한 번은 꽁꽁 감춰두고 꾹꾹 눌러 담은 사무친 이야기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살면서 순간순간 그 고통이 만성적인 통증처럼 아파온다고.
나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 브런치북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그 이야기를 쓰기에는... 아직 내 인생은 많이 남았으니까.
인생은 하나의 고통이 사라지만 또 다른 고통이 온다고 한다. 어쩌면 고통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생을 사는 걸지도. 그러니 지금의 고통이 해결되고 또 다른 고통이 왔을 때쯤 진짜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말만 번지르한 글이 아니라 진짜 내 이야기를.
나의 마흔 수업은 이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