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그림책 4
뭔가를 잃는 게 두려워 시작도 못 했던 적이 참 많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새로운 일도.
이 책에서도 이쁜 내 구슬을 잃을까 두려워 친구들과 구슬치기 놀이를 하지 않는 송이가 등장한다. 친구들 앞에서는 하기 싫은 척 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친구들과 구슬치기가 하고 싶은 송이.
"넌 오늘도 안 할 거지?"
송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거렸어요.
오늘은 구슬치기를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내 구슬을 잃기라도 하면 어떡해.'
송이는 주머니 속 구슬을 다시 꽉쥐었어요.
"뭐야? 맨날 구경만 하고 같이 하지도 않으면서.
야, 우리 저쪽에 가서 하자."
아이들이 공터 끝으로 우르르 몰려갔어요.
"칫, 구경 좀 하면 어때?
구슬이 닳기라도 하나 뭐.
심심한데 철봉 놀이나 하자."
송이가 철봉에 매달려 버둥거리자,
유리구슬이 주머니에서 부딪히며 달그락댔어요.
송이는 손바닥 위에 동그란 구슬을 올려놓았어요.
빨강, 파랑 물결이 일렁이는 구슬들은
하나같이 예뻤어요.
송이는 구슬을 보며 걸었어요.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요.
손바닥에 있던 구슬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어요.
덩굴 아래에 속이 텅 빈 나무둥치가 있었어요.
"내 구슬이 저 안으로 굴러갔을까?
송이는 동굴처럼 깜깜한
나무둥치 앞에서 주춤했어요.
무서웠지만 꾹 참고
무릎걸음으로 들어갔어요.
"내 구슬이다!"
"이거 네 거니? 이름이 구슬이구나. 이름도 예쁘다.
송이는 얼른 구슬을 받았어요.
"찾아 줘서 고마워.
구슬이 너무 작아서 난 찾을 수가 없었어."
회색 들쥐는 맛있는 땅콩을 빼앗긴 것처럼
입맛을 다셨어요.
송이의 구슬을 찾아준 건 들쥐, 두더지, 다람쥐였다. 구슬을 처음 본 작은 동물들의 눈에도 구슬이 너무 이쁘다. 송이는 구슬을 찾아 준 고마움으로 동물들에게 구슬치기를 알려준다. 하지만 송이는 이번에도 구슬치기를 하지 않는다. 구슬을 잃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동물 친구들이 구슬치기가 끝난 후 구슬을 송이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하자 이제야 송이는 친구들과 함께 구슬치기 한다.
동물들도 자기가 이기고 싶어 초조해하기도 하고, 너무 멀리 던져버린 구슬이 중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도 송이와 동물들은 현명하게 해결해 나간다. 누군가가 용기 내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른 이를 배려하기도 하면서. 동물들과 함께 한 짧은 시간에 송이는 많은 걸 배운다. 이제 송이는 구슬 잃는 게 두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구슬을 잃는다 해도 구슬보다 더 멋진 즐거움을 얻게 될 테니까.
학교와 학원으로 유치원 때부터 바쁜 우리 아이들. 하지만 이제 막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도 중요하다. 아이끼리 노는 그 시간은 단순히 놀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들끼리 규칙을 만들기도 하고, 가끔 친구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그 부딪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핸드폰에 집착하는 것도 핸드폰 외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들이 마음껏 친구들과 뛰어놀게 해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 생각하기에 별것이 아닌 일들도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추억이 쌓이고 쌓여 우리 아이들이 더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날 테니까 말이다.
* 이 글은 러블리샤이의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게시된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