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주는 선물 <장미 저택>

아름다운 그림책 2

by 샤이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짧은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겠지. 기다긴 겨울을 지나면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초록빛으로 물든 잎과 화사한 꽃들이 가득한 봄이. 이 그림책, 장미 저택처럼 말이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자이신 김지안 작가님의 장미 저택은 전작 <튤립 호텔>의 후속작이다.

어느 날, 튤립 호텔의 멧밭쥐들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한다. 장미 저택 주인을 대신해 장미 정원을 부탁한다는 편지이다. 멧밭쥐들은 장미 정원을 갈까. 장미 저택 주인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느 가을날 아침,
멧밭쥐들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어요.







친해하는 멧밭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장미 저택의 관리인 멍멍이라고 합니다. 편지를 드린 이유는 당분간 장미 정원을 부탁하고 싶어서예요. 그동안 집주인인 미미 씨가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꿔 왔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분께서 미미 씨의 장미를 돌봐 주실 수 있을까요?



멧밭쥐들은 짐을 싣고
미미 씨의 저택으로 출발했습니다.
장미 저택은 멧밭쥐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어요.





장미 정원을 본 멧밭쥐들은 깜짝 놀랐어요.
가시로 뒤덮인 덩굴이 엉켜 있고,
시들고 병든 잎은 바닥에 뒹굴고 있었거든요.
장미들이 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멧밭쥐들은 이번 책에서도 전작 <튤립 호텔>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장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살펴주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정성을 쏟으면 그만큼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피운다고. 멧밭쥐들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장미라도 세세하게 살펴 결국 살아 있는 장미를 찾아낸다. 추운 겨울, 멧밭쥐들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장미 한 송이가 꽃을 피우는데. 이제 이 꽃은 굳게 닫혀있던 장미 저택의 주인, 미미 씨의 마음까지 열어줄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땅속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운 강한 장미처럼 미미 씨도 자신을 이겨내고 다시금 밖으로 나올 것이다.


누군가가 상처받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을 때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려 하기보다는 조용히 기다려주는 건 어떨까. 무슨 일인지도 모르지만 상처받은 미미 씨에게 향기로운 장미를 살포시 전하는 멧밭쥐들과 오랜 시간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멍멍 씨처럼 말이다. 아마 모두가 그리워했던 장미 정원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연 장미 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기다림은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기다림 끝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건 긴 기다림보다 더 큰 행복감일 것이다.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긴 기다림이 있으시다면, 만약 기다림에 조금 지쳤을지라도 조금 더 기다려보시기를 바란다. 아마 장미 정원이 이전보다 더 화려하게 사람들을 맞이한 것처럼 우리의 기다림 끝에도 생각보다 더 화려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이 글은 러블리샤이의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게시된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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