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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의 처음

by 윤성학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야훼가 아담을 빚은 후 손가락을 맞대어 생명을 넣어주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포유류의 배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을까

어미의 뱃속에서 나지 않은 남자에게 배꼽을 그려넣다니


그러므로 배꼽의 시초는 카인이다

여자가 잉태하여 처음 낳은 사내


탯줄을 끊은 자리

아물고 나면


태고로부터 배꼽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인간의 몸을 빌어 살아왔으니


지금 옆에 누워 잠든 여자의 배꼽을 보며


태생부터 흉터를 갖고 나와

죄의 처음을 끝없이 물으며 살아야 하는

인류의 운명을 읽는다


이것이 배꼽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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