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모래섬이라 했다
한때는 비행장이었다고 했다
십수 년 이 섬을 건너다녔지만 여기 내려와 보기는 처음이다
좁다란 길 수크령풀이 발목을 스친다
키를 넘는 갈대들이 담벼락을 이으며 서 있다
늪지에는 부들이 모여 살고
버드나무가 물 속에 머리를 잠그고 있다
집으로 가던 길 여기서 시간을 잠시 멈추고 걷다가
풀과 풀 나무와 나무의 사이
잎과 잎 낙엽과 낙엽 사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이가 있는가
나는 얼마나 많은 사이를 가졌는가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이로 인해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가
그러므로 모든 길은 사잇길이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당신과 걸었던 그 좁은 길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겠지
섬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강
그는 사이, 라는 이름을 가졌다
사이, 하나로 모자라 사이 시옷을 더해
그를 샛강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