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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의 속삭임

by 윤성학


칸나 어린 구근을 건네받은 날이었네

그게 화근이었네


화분에 칸나를 심는 것은

그녀를 칸 안에 넣는 것

식물도

동물도

인류도

세상의 모든 나,는

하나의 칸이다

둘러막아 스스로 만든 공간


살짝 열려진 문으로

신발을 벗어 들고 음전하게 들어선 적이 있네

칸을 잊고 당신과 한 칸에 머문 적이 있네

닫혀진 칸 밖으로 물러나

기대 서 있다가 신발을 접어신고 돌아왔었네


칸나 구근을 화분에 심은 날


머리 검은 짐승은

안에 들일 때나

내가 누군가의 안으로 들어설 때나


한 칸에는 하나의 나,만

남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네

원고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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