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사이,

by 윤성학


본디 모래섬이라 했다

한때는 비행장이었다고 했다


십수 년 이 섬을 건너다녔지만 여기 내려와 보기는 처음이다

좁다란 길 수크령풀이 발목을 스친다

키를 넘는 갈대들이 담벼락을 이으며 서 있다

늪지에는 부들이 모여 살고

버드나무가 물 속에 머리를 잠그고 있다


집으로 가던 길 여기서 시간을 잠시 멈추고 걷다가


풀과 풀 나무와 나무의 사이

잎과 잎 낙엽과 낙엽 사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이가 있는가

나는 얼마나 많은 사이를 가졌는가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이로 인해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가


그러므로 모든 길은 사잇길이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당신과 걸었던 그 좁은 길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겠지


섬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강

그는 사이, 라는 이름을 가졌다

사이, 하나로 모자라 사이 시옷을 더해

그를 샛강이라 부른다



keyword
이전 05화칸나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