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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말로

by 윤성학


다정씨, 나 지금 탕비실

우리 돌체 구스토 한 잔 내려 마실까요


지하철 한 시간 거리 출근길인데

어제는 여기가 몬테비데오만큼 멀게 느껴져서

침대에서 몸이 뜯어지지를 않더군요

오늘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오른발은 밖으로 나갔지만

뒤에 남은 발이 나와지지 않아

손으로 다리를 들어서 밖으로 꺼냈답니다


말로씨, 여기 커피

오늘은 종일 눈이 내리네요

창밖에 저 눈들이 모두 몇 송이일까요

저 중에 여기 내리고 싶어서 내리는 눈송이만 있을까요

눈 입자의 모양만 400개가 넘는대요

저 중에는 내리는 것 자체가 싫은 이들도 있겠지요

뭐가 될 지 모르지만 내리다보면 내려지고

내려지면 녹아서 다시 올라가고

다시 내리고


다정씨, 커피 맛있네요

커피잔 창틀에 내놓아 볼게요

빈 잔에 눈이 쌓이겠죠

이곳을 생각지도 못한 눈송이가

여기 내려앉겠죠


퇴근해요

우루과이만큼 멀리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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