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가 나를 부르네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손짓하네
지름길로 서둘러 간다고 골목으로 들어서던 참
나를 부르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이리 와봐 이리 와봐
둘러보니 골목길엔 나 혼자뿐
낡디 낡은 어둑서니 연립주택 현관문을 반쯤 열고 삐죽이 서서
나를 부르네 가던 길 멈추었지
테레비가 안 나와 테레비가 안 나와
들어와서 좀 고쳐줘
집안은 황천처럼 어둡고 개 짖는 소리만 텅텅
할머니 저 그런 거 잘 못 고쳐요 재주가 없어요
들어와 들어와 테리비가 안 나와 테리비가
진짜 못 고쳐요 제가 많이 바빠서 가봐야 돼요
좀 전보다 조금 더 바쁜 척 잰걸음 몇 발짝 옮기다가 돌아보았지
나를 원망하며 쏘아보고 있으면 어쩌나
할머니 나를 쳐다보지 않고 다른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네
몸이 반 접힐 만큼 꼬부랑 노파도
지나간 일보다 다가올 사람 기다리는데
나는 무언가에게 잡혀 왜 자꾸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