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7월이다. 습도는 높고, 햇빛은 강한 그런 날의 연속이다. 밤에는 낮에 높은 열로 인해 열대야로 잠을 설치곤 했다. 출근한 회사에서 아직도 업무를 못 끝낸 직원이 있었다. 작업을 내가 해서 주고, 이 직원이 해야 할 부분마저 쉽게 못하고 여전히 헤매이고 있었다.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꾸욱 참고 '전임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는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확인하고 작업을 해라'라고 업무지시 후에 자리에 앉았다. 시간은 어느새 오전 11시 45분이었고, 같이 식사할 동료 팀장이 없었다.
'아, 오늘은 혼자 먹어야겠구나.', '잘됐다.'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터벅터벅~식당을 찾아 걸어갔다. 스트레스가 심한 이런 날은 '매운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교동짬뽕'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앞에 다른 부서 팀장들 4명이 보였다. '아니, 빨리 좀 가지.... 왜 이렇게 천천히 가는 거야' 서로 각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 팀장들 옆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 식사 어디로 가십니까?" 애써 밝게 웃으며 저번 잠깐 업무 협조를 했던 팀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 오늘 저희 부서는 국수 먹으러 갑니다. 어? 팀장님은 혼자 가시는 건가요? 저희랑 같이 가시져"
"아이고 아닙니다. 오늘 저는 매운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편안하게 식사 할려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였다. 오늘은 혼자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날이다. 요 며칠 직원들을 보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팀장님들과는 다른 갈림길이 나왔을 때 '좋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목적지로 향했다.
교동짬뽕집에 들어갔다. 나는 혼자 오게 되며 매번 똑같은 주문을 한다.
"교동짬뽕 하나 주세요~!"
여기 식당이 좋은 게 서로 마주 앉는 자리 외에도 바깥쪽 유리 바로 앞에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4개 정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앞 1열 자리에 다른 손님이 있어서 앉을 수 없고, 나는 한 칸 정도 띄워진 자리에 앉았다. 식당 주인이 접시, 물, 그리고 춘장을 가져다줬다. 접시는 양파와 단무지를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양파통과 단무지통에서 양파는 잔뜩,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그리고 단무지는 5조각 정도 접시에 두었다. 맑고 투명한 식초를 하얀 양파와 노란 단무지의 색이 더 선명해지도록 뿌렸다. 촉촉한 식초를 머금은 양파를 춘장에 한입 베어 물었다.
'아! 알싸하게 퍼지는 매운맛과 뒤에 흐르는 이 단맛이여! 정말 맛있다.' 집에서 먹는 양파는 중국집 양파맛이 안 난다. 아마 물에 재워둬서 그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하얀 양파를 한 잎 먹을 때마다 예전 티브에서 봤던 일본 사람이 떠오른다. 이 일본인은 매 끼니를 양파를 구워서 밥과 함께 먹는다. 매끼니가 전부 다 구운 양파와 하얀 쌀밥이다. 사연을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받은 유산을 계산해 보니 매일 끼니마다 양파를 구워 먹으면 평생 일 안 하고 살 수 있다 생각하여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이다. 흑자는 이것을 '바보 같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어떤 의미로는 '괜찮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 사람에게 빙의한 것 마냥 양파를 먹다 보면 한껏 떠 놓은 양파의 반이 줄어든다. 이 정도 되면 메인인 '교동짬뽕'이 '턱' 내 앞에 놓여진다. 웍에 잘 볶아진 양파, 채소, 고기, 바지락, 특유의 매운 빨간 고깃국물이 일품이다. 짬뽕에 데코마냥 있는 부추를 육수에 잘 섞고 숟가락으로 경건하게 첫 국물 맛을 본다. '와 이 맛이야. 변하지 않고 꾸준한 이 국물 맛!' 걸쭉한 고기육수에 고추의 매운맛을 섞고 불맛을 입힌 감칠맛! 폭발의 맛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힘든 날에 생각나는 이 맛은, 다이어트로 힘든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마약 같은 맛이다. 늦은 밤 고픈 배를 움켜쥐고 '교동짬뽕'을 생각할 때 잎에서 침은 줄줄 흐르고, '내일 점심때 반드시 먹고 말겠다.' 다짐을 했던 맛! 거기에 쫄깃한 면발은 탄수화물의 최고봉이다. 최초에 밀가루로 면발을 만든 발명가는 어떤 훌륭한 사람일까! 짬뽕 안에 있는 모든 내용물을 비우고도 한참 국물을 마셨다. '나는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다. 국물 먹으면 살찐다.'라는 생각으로 간신히 바닥이 보이는 것을 막았다. 살짝 바닥이 보이는 것도 같지만 애써 무시했다. 식당주인에게 결재를 한 후 나의 근무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맛있는 식사 후 '나 오늘 일 안 해'라며 핸드폰이든 시계든 수조에 던진 멋진 광고 배우처럼 하고 싶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벌어 하루를 사는 나 같은 친구에게는 큰일 날 일이다. 그래도 오후 남은 시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