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경주 여행 2일 차 낮여행

2일 차 불국사, 석굴암! 우리는 달린다.

by 북곰

다른 쉬는 날과 다르게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직장인은 주말이 아니면 쉬는 날도 평상시 기상시간에 눈을 뜨기 마련이다. 아내 언니와 조카는 안방 침대에서 자는 듯했고, 아내는 천정형 에어컨 바로 밑 거실에 이불을 펴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잤던 작은 방에 같이 자도 되는데 덥다고(작은 방에 에어컨이 없다.) 거실에서 잤다. 가지런히 덮혀 있어야 할 이불은 반쯤 접혀 던져진 채, 입을 헤~벌리고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보기 흉해 버려진 이불을 잘 펴서 머리까지 덮혀 주고 싶었... 지만.... 얼굴까지 덮어 주었다. '아~나는 전생에 무슨 나쁜 짓을 저질러길래 현생에 이렇게 큰 벌을 받을까....' 잠깐의 슬픈 상념 후 양치를 하고 세안을 한 뒤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 구름이 만든 어둑한 그늘, 정원의 나무, 옅은 녹색의 풀, 그리고 회색의 보도블록을 봤다. "후우웁~!" 상쾌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쉬며, 밤새 쌓여 있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보냈다. 멀리 보이는 산에 하이얀 운무가 짙게, 신비한 자태를 보이고 그와 같이 내 마음 또한 차분히 가라앉았다. 여행 2일 차다. '자, 그럼 힘차게 시작해 보자~!'


"통순!(도라에몽 통통이의 여동생) 일어나게~!"

"어엉? 흐으윽응!" 일어날 듯하던 아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다시 자려고 했다.

"이보게.... 아침 조식 어제 신청했잖아! 빨리 아침밥 먹으러 가자~!"

"밥? 으으응~ 밥 먹으러 가야지...."

'밥'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엉기적, 엉기적, 뒤뚱뒤뚱~ 뚱뚱한 배를 북북~긁으면서 화장실로 갔다.

'진정한 중년 배 나온 아저씨야!' 용기 내 외치고 싶었지만, 조용히 삼키며 기다렸다. 아내가 일어나고, 아내 언니 마지막으로 조카가 일어났다. 여성은 아침에 바쁘다. 나보다는 바쁘다. '그럼 좀 먼저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은 조용히 접어 나빌레라 했다. 기상 후 나에게는 꽤 시간이 지난... 드디어 뷔페에 도착했다. 아침에 든든하게 이것저것 잘 챙겨 먹고 2일 차 경주 여행을 시작했다.


오전에 여행해야 할 곳은 불국사와 석굴암이었다. 불국사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유명하고, '불국사' 자체가 통일신라시대 때 지어진 건물로 그 후손인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봐야 할 유산이다. 석굴암은 통일신라 때 시중 김대성이 지은 건축물이다. 김대성에 관한 재미있는 설화가 있는데 전생에 가난한 집에 태어나 일찍 죽고, 현생에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전생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석굴암'을 현생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불국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나의 훌륭한 독자님들은 석굴암과 불국사에 관해 나무위키 아니면 포털에서 검색해서 여러 내용을 찾아보면 좋겠다. 불국사의 흥망성쇠, 석굴암의 복원 공사 실패 등 약간 슬픈 역사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애마를 타고 불국사로 갔다. 머물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불국사가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주라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았다. 역시 생각대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불국사 내 주차장이 많았는데 "오빠앙 여기 주차장 있네요. 여기서 주차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괜찮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불국사 내 주차해도 괜찮을 거야" 나의 예상은 맞았고 불국사 내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비용은 2천 원이었고 우리는 편안한 주차와 함께 불국사에 입장을 했다. "자 그럼 올라가 볼까!", "오빠앙 비도 안 오네요.... 우산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우산 없이 불국사로 들어가 천왕문 입구에 있는 '사천왕'을 봤다. '비파'를 들고 있는 동방 지국천왕, '검'을 들고 있는 남방 증장천왕, '용'을 들고 있는 서방 광목천왕, '다보탑'을 들고 있는 북방 다문천왕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관습화된 사천왕의 모습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천왕문은 조선시대 후기에 보수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북곰 똑똑하다 곰) 사천왕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 대웅전 앞에서 가장 유명한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게 되었다.

석가탑과 다보탑.gif 좌 석가탑 우 다보탑

2개의 탑 중 서쪽 탑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모니가 상주하여 설법한다는 '석가여래상주설법탑'으로 줄여서 '석가탑'이라고 하고, 동쪽탑은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이 석가모니 옆에서 상주하며 설법을 증명해 준다는 '다보여래상주증명탑', 줄여서 '다보탑'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다보탑의 복잡 미료한 모습이 좋았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석가탑의 정갈하면서 단아한 모습이 더 좋았다. 다보탑을 보다가, 석가탑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무언가를 기원하고 그런 것이 아닌 그냥 절로 나온 행위였다. 어렸을 때 옛 불교 관련 서적을 우연히 보고 심취했는데 제목도 내용도 기억 안 난다. 기억나는 것은 부처를 '세존'이라 칭했고, 종이 색깔이 누런색이고, 여러 불교 설화가 있었던 것 같다. 경내 탑을 보고 난 후 대웅전을 보았다. 대웅전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있고, 양쪽으로 미륵보살과 갈라보살이 있었다. 미륵보살은 미래의 부처, 갈라보살은 과거의 부처를 뜻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부처님이 세계에 함께 한다를 의미한다. 경건한 맘으로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또 밖에서 합장을 했다. 대웅전을 나와 불국사 경내를 여기저기 돌았다. 내가 한자를 잘 알고 그랬다면 더욱더 좋았을 텐데.... 어렸을 때 배운 천자문을 다 까먹은 게 슬펐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데.... 공부해서 배운 건 잊어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찾아보다 '극락전'에 있는 '복돼지상'과 현판 뒤에 '숨은 돼지'를 못 보고 온 것은 지금 이 순간 땅을 치고, 아쉽고, 억울한 기분이다. 경주를 또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다시 불국사를 방문한다면 로또를 기원하며 극락전 앞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 진짜 복돼지에 소원을 빌고 올 것이다.


불국사를 어느 정도 보고 난 후에 '석굴암'으로 향했다. 몇 년 전 경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불국사를 보는 것은 가능했는데 수많은 인파로 석굴암은 볼 수가 없었다. 나의 기억 속 석굴암은 지금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때 본 기억뿐이다. 비가 계속 내리는 주라 석굴암 가는 길에 오고 가는 차량은 없었다. 생각보다 조금 더 가고 난 후에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석굴암 올라가는 계단을 봤는데....'와~' 계단이 운무로 감싸져 올라가는 행인, 계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광경에 불심이 안들 수 있을까! 맘 속 깊이 솟아나는 불심을 억누른 채 더듬더듬 계단을 올라갔다. 어렸을 때 얇은 기억이라 그냥 처음 방문하는 기분으로 가야만 한다. 국민학교 때 처음 봤던 석굴암 본존불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 엄숙하며 경외심을 가지게 했다. '낼모레 오십 인 나에게 그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두근거리는 맘으로 갔다.

"응? 오빠앙 여기 산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가 봐요"

"그러네.... 사람들 전부다 산 밑으로 내려가는구먼"

정상 부분에서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초록으로 우거지고, 볕뉘(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조차 없는 산길을 걸었다. 우산 없이 걸었는데 중간중간 비가 오다 말다 했다. 아내는 큰 보자기 손수건을 펼쳐 얼굴 아랫부분과 머리 위쪽을 함께 묶어 머리에 펼쳐 썼다.

"푸하하하~자네 영락없는 일본 짐꾼이구만" 아주 예전에 했던 모 게임의 '일본짐꾼' 모습이었다. 한참을 '크크크' 웃다가 한 대 맞고 조용해졌다. 웃고 떠들며 가던 중 드디어 석굴암에 도착했다. 석굴암을 봤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두꺼운 유리막이 막고 있었다. 나의 기억 속에는 내부에 들어가 제자상, 관세음보살상, 본존불을 가까이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유리막에 둘러싸여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봐야 하길래 유리막에 붙어서 볼 수도 없었다. 나 또한 내 앞에 외국인이 다 보고 갈 때까지 유리막 밖에서 천천히 볼뿐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대 시대 때도 복원 및 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유리막을 통해서 봐야 하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들었다. 나중에 복원이 정말 잘돼 만들어질 당시처럼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10대를 훌쩍 지나 보게 된 본존불의 모습은 그 옛날의 어린아이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 본존불은 여전히 엄숙하며, 경건하며 경외심을 주고 있다. 자신의 전생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석굴암을 지은 김대성 그분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본존불 이마에 보석이 있어 빛이 들어오면 그 빛이 사방팔방 퍼졌다고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석굴암까지 다 보고 난 후 나의 아내가 말했다. "오빠 배고파요~!" 점심시간을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배고픈 아내는 가뜩이나 포악한데 더 많이 그러는 경향이 있다. 아내를 데리고 서둘러 석굴암을 내려와 '밀면'을 먹으러 갔다. 밀면은 정말 언제 먹어도 최고다. 밀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자세히 풀고 싶다. 맛있게 밀면을 먹고 숙소로 들어와 한숨 잤다. 이렇게 경주 2일 차 낮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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