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들켜버린다.
그림 앞에 서면, 저는 늘 들켜버립니다.
감추고 숨겨왔던 내 그림자와 민낯,
그리고 그리워했던 얼굴들이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작품은 말이 없지만, 언제나 저보다 먼저 제 마음을 압니다.
피카소의 푸른 어깨, 프리다의 붉은 심장,
고흐의 황금빛 하늘, 호퍼의 텅 빈 방,
아이를 씻기는 메리 커셋의 따뜻한 손길.
그들의 세계 속에서 제 이야기는 다시 살아 숨 쉽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습니다.
한 곡의 선율이 색의 잔향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었고,
저는 그 품 안에서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의 기록입니다.
삶이 버겁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저는 캔버스 앞에 서서 들키고,
선율 속에서 위로받으며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림과 음악은 제게 늘 다른 언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화가의 붓은 마음의 깊은 곳을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선율은, 그렇게 드러난 상처를 감싸 안았습니다.
당신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색과 선의 세계 앞에서 잠시 멈춰 서 보세요.
소리 결의 품에 기대어 쉬어가세요.
그 순간,당신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슬며시 켜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빛이, 당신만의 이야기를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