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 여성, 남성도 가입해야 하는 소멸성 생명보험
지난 몇 년간 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기고, 걷고, 말하고, 뛰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은 슬슬 내 자녀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어린이집에 보내면 좋을까? 어떤 유치원을 보내면 좋을까? 어느 학군에 살면 좋을까? 공립학교를 보내도 괜찮을까? 어떤 방과 후 활동을 시켜야 할까? 등등. 아, 한 꼬마인간을 제대로 키워낸다는 것은 참 어렵고 대단한 일입니다. 가끔은,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 교육도 참 중요한데... 우선 부부이름으로 소멸성 생명보험은 가입했나요?"
생명보험이라니, MZ세대인 저와 제 친구들은 아직 '죽음'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미국을 강타하기 전까지는요.
2020년 여름, 회사에서 단체 이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우리 동료의 딸과 손주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손녀를 이 동료가 돌봐줘야 하는데, 당장 장례식비용과 손녀의 양육비가 부족하니 우리가 기금을 모아 줍시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또 다른 직장 동료가 단체 이메일로 질문을 했습니다.
'내 형제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나서 지금 유산 상속을 해야 하는데, 남겨진 어린 조카들이 최대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세금 지식을 공유해 줄 수 있나요?‘
이메일들을 받으면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하루를 지내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부모가 살아있어야 아이도 살고 교육걱정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부모라는 산소가 없어져서 숨을 쉬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돈'은 생존을 위한 산소 호흡기입니다.
한번 나와 나의 배우자의 사촌, 육촌까지 떠올려보세요.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조실부모한 사례가 있을 겁니다. 놀랍게도 남성의 경우 한 해 동안 전체사망자 중 34%가 60세 이하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소멸성 생명보험을 가입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 보험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소멸성 생명보험은 가장 저렴하고 단순한 생명보험입니다. 일정 기간 내에 피보험자(부모, policyholder)가 사망하면 보험 수혜자(배우자 또는 자녀, beneficiary)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소멸성 생명보험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35세인 남자가 20년 동안 20만 달러의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는 소멸성 생명보험을 가입했다고 가정합시다. 남자가 보험 구매 시부터 20년 이내에 사망하면 보험사는 수혜자로 지정된 가족들에게 20만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남자가 20년 후에도 생존해 있다면 그동안 낸 보험료와 함께 보험이 소멸합니다. 다치거나 장애가 생겨도 생존해 있기 때문에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또한 20년의 기간이 지나기 전에 보험을 해지한다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는 되돌려 받지 못합니다.
낮은 보험료(insurance premium)로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건강한 30대의 남성이 20년, 50만 달러의 소멸성 생명보험을 드는 것은 월평균 $20 ~ $30 정도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40대에 가입하게 되면 $30~$40 정도로 올라갑니다. 보험사가 이 가격 이상을 요구한다면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어봐야 합니다. 물론 이 이상 기간을 더 길게 하고 사망금 액수를 더 높게 잡으면 보험료가 올라갑니다.
피보험자는 가입 시에 보험 수혜자를 정해놔야 합니다. 한 명에게 100%의 보험금을 지급하게 정할 수도 있고, 두 명 이상에게 나눠 지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회사는 직원에게 5만 달러 정도 소액의 소멸성 생명보험을 베네핏으로 지급하기도 하는데, 혹시라도 직원이 사망한다면 이 돈으로 유가족이 장례식 비용을 지불하라는 차원에서 주는 것입니다.
필요한 생명보험금 = 현재 연봉 x 10
기간 = 막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재정전문가들은 현재 부모 연봉의 약 10배 정도를 필요한 생명보험금으로 잡으라고 합니다. 만약 내 연봉이 6만 달러라면 필요한 생명보험금은 60만 달러입니다. 내 연봉이 10만 달러라면 필요한 생명보험금은 100만 달러입니다.
전업 주부 여성, 남성도 소멸성 생명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가사는 공짜가 아닙니다. 전업 배우자가 없으면 다른 제삼자가 집안일을 해야 합니다.
보험 기간은 막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로 정합니다. 부모의 소멸성 생명보험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가 자립하기 전에 경제적 지원을 대비해 놓는 것이기에 아이가 자립하고 나면 보험의 목적이 사라집니다. 아이의 자립 이후에는 이 보험금을 저축을 해서 부모의 은퇴비상금을 만드는 편이 더 낫습니다.
미국은 부부가 보험을 함께 가입(joint policy)할 수도 있고 각자 따로 가입(single life policy)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부가 따로 생명보험을 가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유는 부부가 한 보험을 가입할 경우, 둘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순간 보험이 소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아직 살아있고 자녀들이 아직도 미성년자라면, 남은 배우자는 다시 새 소멸성 생명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이때는 배우자가 그만큼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집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직장에서 다양한 금액의 소멸성 생명보험을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런 베네핏이 없다면 여러 보험사에서 견적을 받고 비교해 봐서 사는 것을 권합니다. 이때 재무 사정이 좋은 회사의 보험을 구입해야 합니다. A.M.Best라는 기관에서 보험사 재무상태의 등급을 매기는데, A이상의 등급을 가진 회사에서 보험을 구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소멸성 생명보험을 가입할 때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솔직히 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혜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는 최선을 다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예산으로 살아야 하는 가정이라면, 아이의 이름으로 드는 그 어떤 보험 (예: 생명보험, 태아 보험, 어린이 보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미리 준비해 둔 비상금을 이때 사용하면 됩니다.
또한 어떤 부모가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나오는 보험금을 기쁘게 받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를 위한 보험에 쓸 돈을 차라리 비상금에 보태거나 자녀 미래 학자금을 위해 저축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주택담보대출금이 전혀 없는 집 한 채와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백만 달러 이상 있다면 소멸성 생명보험에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투자 공부 전에 우선 내 배우자와 어린 자녀를 위한 재정구명조끼를 준비해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