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k) 플랜 베스팅 요건과 퇴사 후 플랜 롤오버
이번 편에서는 개인이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알아두면 유용한 401(k) 플랜 상식을 소개합니다.
지난 편에서 401(k) 플랜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고용주 매치(기여금) 제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고용주 매칭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401(k) 플랜의 핵심이지만, 만약 직원이 너무 일찍 퇴사를 한다면 이 고용주 기여금이 다시 회수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아니, 준 돈을 다시 가져가버린다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렇습니다.
많은 경우 연봉 계약서(offer letter)에는 베스팅 요건(vesting requirement)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베스팅이란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401(k) 플랜의 경우 베스팅은 고용주의 기여금이 직원의 것이 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베스팅이 되는데 첫 번째 방법은 3년을 일하면 고용주의 기여금이 100% 직원의 소유가 되고, 3년을 채우지 못하면 이 기여금이 고용주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절벽 베스팅 (clift vesting)입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 $300를 401(k) 플랜에 기여하고, 홍길동의 회사가 기여금의 50%인 $150를 홍길동의 플랜에 기여합니다. 계약서에는 홍길동이 3년 이상을 회사에서 근무해야 베스팅 요건을 충족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홍길동이 회사에서 2년만 근무하고 퇴사한다면, 베스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고용주의 $150 추가 기여금은 홍길동이 퇴사 후 다시 회수됩니다. 만약 홍길동이 3년을 채우고 퇴사한다면 $150 기여금은 고스란히 홍길동의 소유가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6년 동안 점진적으로 고용주의 기여금이 베스팅이 되는 점진적 베스팅(gradual vesting)입니다. 예를 들어서 홍길동 회사가 점진적 베스팅을 한다면 $150 기여금 중 10%는 홍길동이 1년을 근무한 뒤에 베스팅되고, 또 다른 10%는 2년 후, 또 다른 10%는 3년 후, 이런 식으로 부분적으로 베스팅 되어 최대 6년이 지나면 완전한 베스팅에 도달합니다. 6년이 끝나고 완전히 베스팅 되는 것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주는 계약서를 이용해 몇 퍼센트씩 점진적으로 베스팅 할 것인가를 조정할 수 있어도 총기간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회사가 베스팅 요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주요 이유는 직원이 쉽게 회사를 그만 두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6개월 일하고 그만둘 사람한테는 내 매치금을 주지 않겠다’라는 의도이지요. 저는 대형 회계 법인에서 근무했었는데, 회계 법인도 워낙 이직률이 높다 보니 베스팅 요건이 있었습니다.
회사마다 베스팅 요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계약서를 잘 읽어봐야 합니다. 만약 언젠가 현 직장에서 퇴직을 할 생각이 있다면 베스팅 요건을 잘 알아두는 것이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가 회사에서 2년 10개월을 근무했고 최근 퇴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만약 내 고용주의 베스팅 요건이 3년 절벽 베스팅이라면 두 달을 더 버텨서 완전한 베스팅에 도달한 후에 퇴사를 하는 것이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3년의 베스팅 요건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은 상관없지만, 모르고 그만둬서 고용주 기여금을 잃는 것은 억울할 수 있으니, 퇴사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사인했던 계약서를 다시 한번 확인하세요.
참고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퇴직연금이 safe harbor 401(k) 플랜 또는 simple 401(k) 플랜이라면 법적으로 베스팅 요건이 없습니다. 다른 말로, 6개월 일하고 그만둬도 6개월 동안 받은 고용주의 401(k) 매치금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법의 401(k) 플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베스팅 요건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롤오버란 현재 직장의 401(k) 플랜에 있는 자금을 다른 은퇴 계좌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옮기려면 우선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퇴직을 하게 되면 전 회사의 자산운용사에 가지고 있는 401(k) 플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액션 중 택 1 취할 수 있습니다.
옵션 1: 새 직장 401(k)로 롤오버
옵션 2: 미국 개인퇴직연금인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IRA)로 롤오버
옵션 3: 전 직장 401(k)을 그대로 놔두고 유지
옵션 4: 전 직장 401(k)에 있는 자금을 현금으로 인출: 이 옵션은 벌금과 세금문제상 99% 불리한 옵션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옵션 1과 옵션 2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금 관리의 효율성: 이직을 여러 번 하는 경우 롤오버를 하지 않으면 401(k) 플랜 계좌가 여러 개가 생기고, 계좌가 많아질수록 자금을 관리하고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롤오버를 통해서 은퇴계좌를 하나로 합치면 계좌 관리가 간편해집니다.
2. 수수료 절감: 새 직장의 401(k) 플랜 또는 IRA의 수수료가 이전 401(k) 플랜의 수수료보다 더 낮을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투자 옵션: IRA나 새 직장의 401(k) 플랜이 이전 직장 플랜보다 더 많은 투자 옵션을 줄 수 있습니다.
옵션 1과 2를 선택하는 경우 세금을 내지 않고 롤오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옵션 3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새 직장의 401(k) 플랜의 수수료가 더 비싸거나 투자 옵션이 더 한정되어 있는 경우.
2. 새 직장에 401(k) 플랜이 없는 경우.
3. 파산법에서 보호받고 싶은 경우. 미국법상 401(k) 플랜에 있는 돈은 파산법에서 보호됩니다. IRA는 401(k) 플랜만큼 보호되지 않습니다.
4. 55세가 넘어 현직장에서 퇴직하여 59.5세가 되기 전에 401(k) 플랜에서 돈을 인출할 생각이 있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55세라는 이정표를 넘어 은퇴했기 때문에 401(k) 플랜에서 돈을 인출하여도 조기 인출에 관한 벌금이 없습니다.
옵션 1이나 2를 선택하게 될 경우,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 이전 직장의 401(k) 플랜 유형과 새 직장의 401(k) 플랜 혹은 개인적으로 여는 IRA의 유형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는 Traditional과 Roth를 뜻하는 것인데, 세금 걱정 없이 롤오버를 하려면 같은 종류의 계좌 사이에서만 돈을 옮겨야 합니다.
아래의 그림에 따르면 세금없이 롤오버하기 위해서는 이전 직장의 401(k) 플랜이 Traditional이라면 새 플랜도 Traditional계좌여야 합니다. 전 직장의 플랜이 Roth라면 새 플랜도 Roth여야 합니다. 전과 후의 유형이 맞지 않으면, 예를 들어 Traditional 플랜에서 Roth로 옮긴다면, 이는 'Roth Conversion'이라고 하여 이전 Traditional 플랜에 있던 돈이 전부 과세 소득으로 간주되어 여기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Roth Conversion이 길게 보면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케이스도 있으나, 기본적인 상식 내에서는 '같은 플랜끼리 짝지어야 세금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간단합니다.
롤오버를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IRA로 롤오버를 하고 싶다면 우선 원하는 자산운용사에 IRA 계좌를 개설합니다. Traditional 401(k)를 옮기고 싶다면 Traditional IRA 계좌를, Roth 401(k)를 옮기고 싶다면 Roth IRA 계좌를 개설합니다.
이직한 직장의 401(k) 플랜으로 옮기고 싶다면 새로운 고용주의 401(k) 플랜 계좌를 개설합니다.
퇴직한 회사의 401(k) 플랜 관리자에게 디렉트 롤오버 (Direct rollover)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필요한 양식을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자금이 새 계좌로 직접 이체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롤오버를 하는 경우 '디렉트 롤오버'를 원한다고 정확히 의사 표현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롤오버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