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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Jun 30. 2024

401(k) 플랜, 미국 직장인이 백만장자로 가는 초석

절세와 가산금을 동시에 받는 은퇴 계좌

최근 피델리티 자산운용사는 자사를 통한 은퇴계좌, 특히 이번 편에 이야기해볼 401(k) 플랜을 이용해 밀리어네어가 된 인구가 1년 전에 비해 43%가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26년간 꾸준히 401(k)에 돈을 저축하고, 복리의 혜택을 받아 밀리어네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2022년 소비자 금융 조사' (Survey of Consumer Finances)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거래계좌 (예: 체킹, 세이빙, 머니마켓펀드 계좌 )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금융자산 유형이 은퇴계좌라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고 또 사용해야 할 계좌가 은퇴계좌들 입니다.


사라지는 DB플랜, 대세인 DC플랜

미국의 은퇴계좌 제도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DB (Defined Benefit) (2) DC (Defined Contribution) 플랜.  두 종류에 포함되어 있는 'D'는 'Defined', 즉 무엇인가가 '미리 정해졌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Defined Benefit' 플랜은 펜션 플랜 (pension plan)이라고도 부르는데, '내가 은퇴 후 받을 베네핏이 미리 정해져 있는' 연금 제도입니다. 직원이 펜션 플랜에 가입해 있으면 회사가 직원을 위한 연금에 필요한 금액을 납부하고 투자를 관리합니다. 연금은 직원의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과 근속연수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는 산식을 이용해 계산합니다. 당연히 내가 지금 있는 기관에서 오래 일할수록, 연봉을 더 많이 받을수록 연금이 늘어납니다. 은퇴자는 죽을 때까지 계산된 연금을 받게 됩니다. 


197-80년대만 해도 환갑이 되면 장수했다며 잔치를 벌일 때라 회사가 직원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을 해도 은퇴 후 십수년이면 연금지급의무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고 100세 시대가 되면서 부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커지니 회사들이 하나둘씩 펜션 플랜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일반 기업들은 대부분 펜션 플랜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정부기관들은 아직도 펜션 플랜을 제공하는데, 이게 사람들이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Defined Contribution' 플랜은 '회사가 내 근무기간 동안 나의 은퇴자금계좌에 기여해 주는 이 정해져 있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사는 기여만 하고 은퇴계좌 운영은 근로자가 스스로 해야 합니다. 결국 근로자의 투자성과에 따라 퇴직할 때 쓸 수 있는 자금의 크기가 정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DC플랜의 예가 영리 단체(일반 회사)가 제공하는 401(k) 플랜입니다. 직원이 매번 급여를 받을 때마다, 일정 부분의 월급을 직원의 401(k) 계좌에 저축하고, 저축한 금액으로 직원이 미리 지정해 놓은 투자 상품을 구매합니다. 403(b) 플랜은 비영리 단체나 공교육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DC플랜입니다. TSP는 연방정부직원을 위한 DC플랜입니다. 이름만 다를 뿐, 원리는 같습니다.


401(k) 플랜을 이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회사 매칭과 절세 혜택

401(k) 플랜을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주 매치 제도(employer's match)입니다. 직원이 근로계약서에 제시된 만큼의 월급을 401(k) 계좌에 납부하면, 고용주도 몇 퍼센트 정도 직원의 계좌에 추가 금액을 납부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 본인의 급여 6%를 401(k) 계좌에 기여하면 회사는 홍길동 급여의 3%만큼을 그의 401(k) 계좌에 기여한다"라고 근로계약서에 명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홍길동이 $5,000의 급여를 받는 경우, 홍길동이 $300 ($5,000 x 6%)를 기여하면, 회사 또한 $150 ($5,000 x 3%)를 매치해 주기 때문에 총 $450가 홍길동의 401(k) 플랜에 들어갑니다. $300를 투자하면 그 순간 $150를 받는 것이니 하루 만에 수익률이 무려 50%입니다! 내가 돈을 넣자마자 바로 50%를 불려주는 투자처가 또 어디 있나요? 그래서 401(k) 플랜을, 특히 매칭이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절세 혜택입니다. 장기적으로 절세를 하였을 때 그 효과는 매우 유의미합니다. 28살부터 매달 500달러씩, 평균 수익률 8%로 60세까지 과세 대상 계좌에 투자하고 25%의 세율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계좌 잔액은 $562,904가 되지만, 세금 혜택 계좌를 사용하면 돈이 자라나는 동안 세금이 면제 되기 때문에 잔액이 $839,766가 됩니다. 같은 저축액, 같은 수익률이더라도 절세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계좌 잔액 차이가 무려 30만 달러에 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축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절세로 더 크게 만드는 법'을 참조). 이런 절세 혜택을 누리려 401(k) 같은 은퇴계좌를 사용해야 합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130


Traditional vs. Roth 401(k) 플랜의 선택지가 있다면

'세금 없는 노후자금 백만 달러를 위한 미국은퇴계좌 상식' 편에서 다루었듯이, 401(k) 플랜은 전통적인 방식인 'Traditional 401(k) 플랜'과 'Roth 401(k) 플랜'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 따르면, Traditional 401(k) 플랜 선택하면 최대 $23,000까지 내 월급에서 플랜에 기여할 수 있고, 오늘 내는 기여금은 나의 소득세를 줄여줍니다. 50세가 넘으면 은퇴나이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7,500 더 많은 총 $30,500를 납부할 수 있습니다. 고용주의 매치까지 합쳐 최대 $69,000을 납부할 수 있습니다. 


계좌 안에 있는 자금은 유한적 세금 이연 (tax-deferred) 성장을 합니다. 은퇴 후 금액을 출금할 때 세금을 내기 때문입니다. 또한 73세가 되면 미국 국세청인 IRS가 지정한 금액을 무조건 출금해야 합니다. 이것을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s (RMD)이라고 하는데, '기여했을 때 세금 줄여줬으니, 늙어서는 세금 좀 내야지?^^'라는 IRS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Roth 401(k) 플랜 선택하면 401(k) 한도는 Traditional 플랜의 것과 같습니다. Traditional 플랜과 다른 점은, 오늘 Roth에 저축한 돈은 이미 세금을 낸 돈입니다. 기여할 때 세금을 냈으니, Roth계좌의 돈은 영원히 세금 이연 (indefinitely tax-deferred)입니다. 계좌가 최소 5년 이상 개설되어 있고, 나이가 59.5세 이상인 경우, 모든 기여금과 수익에 대한 인출은 은퇴 시 세금이 면제됩니다. 이미 세금을 냈기 때문에 법적으로 출금해야 하는 금액도 없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플랜이 다르기 때문에 고용 계약서를 잘 읽어봐야 합니다. 어떤 회사는 Traditional 401(k)만 제공할 수 있고, 어떤 회사는 Roth 401(k)만 제공할 수 있고, 어떤 회사는 둘 다, 또 어떤 회사는 아예 401(k) 플랜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Traditional과 Roth 중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젊을수록 Roth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아무래도 젊을 때는 소득이 적어 세율이 낮고, 나이가 들면서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은퇴 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계좌가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Traditional계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Traditional또한 절세 혜택이 있으며 고소득자인 경우 현직일 때 은퇴 후 보다 더 소득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세율을 줄이는 Traditional계좌가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135


401(k) 플랜에 얼마를 기여해야 할까?

우선 고용주의 매치 요건을 충족시키는 금액까지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위의 홍길동 예시처럼 급여의 6%를 기여해야 3%의 매치를 받을 수 있다면 무조건 6%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백만 달러를 만드는데 필요한 저축 액수, 시간, 수익률'편에서 자세히 다루었듯이, 매달 내 세전 월급의 13 - 15% 이상을 노후자금을 위해 저축해야 합니다. 


쉽게 15%로 생각해 봅시다. 만약 6% + 3% 매치 = 총 9%를 기여했다면, 15%를 채우기 위해서는 내 월급의 6%를 더 기여해야 합니다. 따라서, 내 급여의 12% (6% 최소 기여금 + 6% 추가)가 401(k) 플랜에 납입되게 지정하면 됩니다. 근로계약서마다 고용주의 매치율과 최소 기여금이 다 다르니, 그것을 감안해서 계산하면 됩니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2024년 기준 연간 최대 가 금액인 $23,000을 401(k)에 저축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401(k) 플랜 안에서 어떤 투자 상품을 선택해야 할까?

회사가 지정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401(k) 플랜을 가입하게 됩니다. 계좌 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들은 펀드 형식으로 되어 있고, 회사가 클수록 아마 많은 투자 가능 상품들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선택지가 많더라도, 최대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인덱스 펀드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합니다: (1) 미국 주식 시장 지수 펀드 (US Total Stock Market Index Fund), (2) 미국 제외 세계 주식 시장 지수 펀드 (Total International Market Index Fund), (3) 미국 채권 시장 지수 펀드 (US Total Bond Market Index Fund).


어떤 회사들이 사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robo-advisor 같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직원이 본인의 현재 나이와 은퇴 희망 나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거기에 맞춰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인데, 여기까지 제 브런치북을 읽으신 분이라면 이 서비스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지인이 다니는 회사의 자산 운용사의 로보 컨설팅 서비스 수수료가 투자금액의 0.50%였는데,  매년 내 자금의 0.50%를 내야 하는 서비스는 결코 싼 금액이 아닙니다. 반면에, 뱅가드 자산운용사 기준, 미국 주식 시장 지수 펀드 수수료는 0.04%, 미국 제외 세계 주식 시장 지수 펀드는 0.08%, 미국 채권 시장 지수 펀드 수수료는 0.05%입니다. 0.50% 수수료를 요구하는 Robo-advisor를 사용해서 수익률이 10배가 되면 좋을 텐데, 결국 저 세 가지 펀드를 이용해서 만드는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결과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습니다.


펀드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자산 배분방법은 13화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139


401(k) 계좌 안에 100가지의 투자 상품이 있어도 위에 말한 세 가지 펀드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이름으로도 알 수 있지만, 펀드 수수료(expense ratio)를 한번 낮은 순서대로 정렬해 보세요. 제일 낮은 수수료를 가진 펀드가 99.99%의 확률로 미국 주식 시장 지수 펀드일 것입니다. 그 밑으로 나머지 두가지 펀드가 곧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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