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알못을 위한, 그리고 육아에도 도움이 되는 꿀템들
요리하면서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온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더니, 정작 완성된 음식을 앞에 두고 기운이 빠져 입맛이 뚝 떨어진 적 있으신 분, 마음속으로 손 한번 들어주시길 바란다. "남이 만들어 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요리가 취미인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매일 세끼 가족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 이유를 꼽자면:
1. 많은 양의 재료를 손질하다 보면 팔과 손목에 무리가 간다.
2. 뜨거운 불 앞에 서 있으면 금세 더위를 느낀다.
3. 오랫동안 서 있으면 허리와 다리가 아파온다.
4. 식사가 끝난 후에도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5. 위의 과정이 매일 반복된다.
미국 가정집에는 기본적으로 식기세척기가 설치되어 있어 (4) 번의 설거지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재료 손질과 조리는 식기세척기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이번 편에서는 내가 5년 이상 사용했고, 가격도 합리적인 요리를 더 편하고 쉽게 만들어 준 실용적인 부엌 아이템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지만, 아래 소개할 템들이 육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도입한 요리 방법이 바로 "굽기"였다. 뭐든 불에 구우면 먹을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온도 조절과 타이머 기능이 있는 "오븐" 덕분에 장시간 불 앞에 서 있지 않아도 음식을 구울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에어프라이어 기능까지 합쳐진 제품이 바로 "에어프라이어 오븐"이다.
나는 에어프라이어 오븐을 매일 활용한다. 아침에 토스트를 굽거나 얼린 피자를 해동할 때, 만두, 생선, 통닭을 구울 때, 그리고 베이킹까지 다양한 요리에 이 오븐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어프라이어 오븐은 현재 아마존에서 리뷰가 제일 좋은 브레빌(Breville) 제품(링크)인데, 쿠진 아트(Cusine Art)의 제품(링크) 또한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다. 한국 사이트에서는 "오븐 에어프라이어"라고 검색하면 된다.
인스타 스토리에 둘째 임신 중인 친구가 첫째를 위해 한참을 서서 국을 끓이고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 오랜만에 DM을 보내서 소개해준 부엌템이 이 인스턴트 팟이다.
인스턴트팟은 다기능 전기 압력솥으로, 요리를 빠르고 편리하게 준비할 수 있는 주방 기기다. 인스턴트팟은 다양한 요리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밥, 찌개, 스터프라이, 스튜, 로스트, 죽, 수프, 스팀 등 다양한 요리를 준비할 수 있다. 압으로 요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은 고기를 해동 없이 넣고 바로 조리를 시작할 수 있다. 고압으로 요리가 되기 때문에 질긴 고기도 연하게 만들 수 있다. 압력 조절도 가능하다. 스테인리스 내솥이라 식기세척기로 설거지가 가능하다. 가격도 100달러 미만으로 밥솥보다 싸다 (아마존 링크). 한국 공홈에서는 139,000원이다.
장시간 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타이머 기능이 있어서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내가 선택한 조리기능이 끝난다. 재료를 다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요알못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
남편이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브런치에 쓰기 시작한 레시피 매거진이 "인스턴트팟으로 일주일 18끼 집밥"이다. 실제로 남편이 내가 올린 레시피를 보고 음식들을 잘 만들어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면서 물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기포트를 구입했다. 커피와 차마다 적정 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요즘은 주로 요리할 때 유용하게 쓰고 있다. 물이 빨리 끓어 조리 준비 시간을 줄여주고, 특히 인스턴트팟을 사용할 때는 뜨거운 물을 미리 끓여 넣으면 압력이 더 빨리 차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다.
아기가 있는 집에도 추천한다. 분유를 탈 때 필요한 온도로 설정해 물을 끓이면 매번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의 디자인은 다양하지만, 사진처럼 주둥이가 길고 가는 거위목(Gooseneck) 형태라면 물양조절이 훨씬 쉬워서 한층 더 실용적이다.
참고로 나는 bonavita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 링크). 업소용으로도 쓰는 제품이다.
나는 한번 음식을 만들 때 가능하면 두세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을 만들고 소분해서 보관한다. 따라서 2인가구 기준 한 번에 4-6인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당근, 감자, 무같이 딱딱한 음식을 잘게 다지거나 채 썰 때 유용한 것이 닌자 차퍼와 만돌린 멀티채칼이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유식을 만들 때 음식을 잘게 다지던데, 이럴 때 쓰면 딱 알맞은 게 닌자 차퍼다.
나는 Dash 브랜드의 만돌린 멀티채칼을 쓰는데, 이 기구는 채 써는 것뿐만 아니라 슬라이스 기능도 돼서 오이나 감자를 슬라이스 할 때도 유용하다 (아마존 링크).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의 참가자들은 손의 감각으로 계량하며 음식을 완성하지만, 요리 초보자들에게는 전자저울, 계량스푼, 계량컵이 든든한 요리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요리 레시피, 특히 베이킹 레시피를 정확히 따르려면 저울로 계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계량스푼을 구비할 경우 1 TBSP (큰 술), 1 tsp (작은 술) 크기를 우선적으로 갖추면 기본적인 요리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8 TBSP이 1/2컵, 16 TBSP이 1컵이다.
수프, 소스, 스무디를 만들 때 믹서기를 사용하라는 레시피를 자주 보지만, 개인적으로 믹서기의 가장 큰 단점은 설거지라고 생각한다. 이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핸드 블렌더다. 칼 부분만 분리해서 세척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있는 핸드 블렌드는 10년 넘게 사용 중인 KitchenAid의 유선 모델인데, 요즘은 무선 핸드블렌더도 있다.
예를 들어 수프를 만들 때 인스턴트팟으로 재료를 푹 익힌 후, 그대로 팟 안에서 핸드 블렌더로 갈아주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가 완성되고 설거지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 (고구마 당근 체다 수프, 쉬운 인스턴트팟 레시피).
내 부엌에는 프라이팬이 한 개밖에 없다. 위에서 소개한 아이템들로 대부분의 요리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주연은 아니지만, 부엌살림의 질을 한층 높여주는 소소한 아이템들이 떠올랐다. 다음 글에서는 이 아이템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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