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편리함의 행복
가끔 느끼는 큰 즐거움보다, 자주 마주하는 작은 행복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매일 사용하는 소소한 물건들이 살림을 조금씩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때, 그 작은 편리함이 쌓여 살림 번아웃을 예방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편에서는 우리 집에서 매일 사용하는, 살림에 작은 편리함의 행복을 주는 물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식구가 적을수록 밥을 한 번에 만들어서 냉동실에 얼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밥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고민이라면, 실리콘 뚜껑이 있는 유리 락앤락을 추천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가로세로 11cm, 높이 4cm 사이즈인데, 1인분 양으로 충분하다. 실리콘 뚜껑에는 숨구멍을 열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그릇째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해동하면 된다. 1인분 사이즈이기 때문에, 설거지를 줄이고 싶다면 해동 후 굳이 밥그릇에 옮겨 담지 않아도 된다.
밥 말고도 음식을 데우는데 전자레인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오버해서 가열하면 음식물들이 사방으로 튀어 전자레인지 안이 더러워진다. 아니면 전자레인지열에 음식 수분이 날아가 음식 표면이 말라서 맛이 없어진다.
이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등공신인 아이템이 바로 전자레인지 푸드 커버이다. 전자레인지에 덥히고 싶은 음식을 넣고, 이 뚜껑으로 덮어주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전자레인지 회전판 사이즈와 지름이 같아서 어떤 그릇을 넣어도 다 커버가 된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서 보관할 때는 사진처럼 접어서 보관하고, 쓸 때는 늘려서 쓴다. 음식이 튀어도 이 커버만 후딱 씻으면 끝난다.
요리 레시피를 보고 오븐에 음식을 만들거나 프라이팬에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음식이 제대로 익었는지 긴가민가할 때가 있다. 고기와 생선마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권장 온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가장 간편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고기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래는 오븐 요리를 위해 구매한 고기 온도계이지만,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해동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는가? 분명 겉으로는 김이 모락모락 나길래 전자레인지에서 꺼냈는데, 중앙부는 여전히 차가워 식사를 시작하다 다시 데우러 가는 경우. 음식이 충분히 데워졌는지 헷갈릴 때 온도계를 꽂아 확인해 보고, 차갑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조금 더 데울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주부습진을 예방하려면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을 꼭 껴야 하지만, 나는 고무장갑을 낀 채 주방세제를 짜는 일이 항상 불편했다. 물에 젖은 고무장갑으로 세제통을 만지면 세제통에 물자국이 흐르고, 세제통 주위에 세제가 묻는 것도 별로였다. 잘못 힘을 주면 너무 많은 세제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자잘한 불편함이 쌓이면 설거지가 더 번거롭게 느껴지곤 했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 자동 주방세제 디스펜서이다. 성인 남자 손 크기정도의 높이인데, 원래는 손세정제를 담는 용도의 물건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주방세제도 똑같은 액체인데, 세제를 담고 써도 되지 않을까?" 해서 주방세제를 담아 시도해 봤더니 된다! 고무장갑을 낀 상태로 수세미를 들고 디스펜서 밑에 수세미를 갖다 대면 바로 주방세제가 알맞은 양으로 나온다.
매일 쓸 때마다 대만족 중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심플 휴먼(simple human) 제품인데, 3개월에 한 번 정도만 충전을 해주면 된다.
내가 사는 미국 시골 동네에는 한국 가정집에서 흔히 보이는 "정수기"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로 마트에서 물을 사다 마시는데, 매번 장을 볼 때마다 무거운 물을 사서 집에 들고 오는 것도 일이다. 시중에 정수를 해준다는 제품도 많은데 (예: 브리타), 물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아서 항상 아쉬웠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언더 싱크 정수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싱크대 하부장에 필터를 달아,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이 정수물이 되게 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Kraus의 것으로, 맨 처음에는 수전을 함께 파는 키트를 사서 집에서 DIY로 설치하고, 그다음부터는 6개월마다 필터만 갈아주면 된다 (제품 링크).
필터 가격이 싸지 않지만 (아마 그래서 '소소한' 물건은 아니겠지만), 하루에 몇 번씩 물을 마실 때마다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 맛이 월등하게 좋아져서 더 이상 마트에서 물을 사다 마시지 않아도 되고, 음식을 만들 때도 정수된 물을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정수기를 상판에 올려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부엌 공간이 의미 있게 넓어진다.
위에 나열한 제품들이 없어도 살림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소소한 만족감이 매일 쌓이면서 우리 집 부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아지고, 나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살림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나에게 매일의 작은 편리함과 여유를 줄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