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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Nov 06. 2024

돈 안 쓰고 우리 집 주방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

정돈되고 효율적인 동선을 가진 주방 만들기

우리 한국인은 ‘먹고 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의식주' 중 가장 먼저 ‘식(食)’, 주방 살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부엌은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공간이기에 애착이 가는 만큼 불만도 쉽게 쌓이는 장소다. "부엌에 어떤 불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예전의 나라면 수납공간의 부족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부엌 상판에 물건들이 올라와 있어 조리 공간이 부족해 불편함을 느꼈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간이 수납장을 따로 구입해 물건을 보관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부엌이 더 어수선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리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깔끔한 이웃 할머니의 주방

모델 하우스에서 보던 '무소유' 느낌의 주방은 그저 모델 하우스니까 가능한 줄 알았다. 이웃 샬롯 할머니 집에 초대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며 가며 친해진 샬롯 할머니께서 집에서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초대해 주셔서 따라 들어갔다. 30평대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에서 음식을 아예 안 해 드시나?" 싶을 정도로 반짝이는 가스레인지와 주방기구 하나 보이지 않는 깔끔한 부엌이 보였다.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참고로, 나중에 밥도 한번 얻어먹어서 부엌이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 사용 중이란 걸 확인했다.


"어떻게 주방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을까?" 싶어 할머니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할머니는 가능한 모든 물건을 수납장에 넣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조리도구, 양념장, 컵까지 예외 없이 모두 주방 캐비닛 안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비싼 돈을 들여 업자를 부르고 고급 자재를 써서 부엌을 새로 고치지 않아도, 이웃 할머니처럼 모든 물건을 수납장안에 깔끔하게 넣어 두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엌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돈 안 쓰고 우리 집 주방 업그레이드하는 첫 번째 방법: 물건 비우기

주방 캐비닛은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 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돈하려면, 우선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비우기'였다.


'불필요'한 물건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나 같은 경우,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며 생활 패턴에 맞지 않거나, 용도가 중복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정리 대상 1순위 물건들

1. 사용하지 않는 그릇과 식기류: 수납장이 그릇과 식기류로 가득 차, 이제는 수납공간이 넘칠 지경이라면 일부를 정리할 시간이다. 주방에 있는 그릇과 식기류를 한번 다 꺼내보자. 집안 식구는 2명인데, 혹시 식기류만 보면 마치 열 명 이상이 사는 집처럼 보이는가? 집에서 일 년에 몇 번씩 제사를 지내거나 단체 손님을 자주 대접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많은 식기류가 필요하지 않다.


할인한다고 그릇을 세트로 산 뒤, 그중 손이 안 가는 것들이 있는가?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아파 더 이상 쓰지 않는 그릇이 있는가? 용도(예: 국, 밥그릇)가 중복되는 그릇과 식기류들이 많은가? 일 년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가? 이런 것들은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 거다. 부엌 공간이 넉넉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그릇들을 우선순위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그릇이 있다면 손님을 위해 아껴두지 말고, 나와 가족을 위해 오늘부터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내 지론이다. 우리보다 더 소중한 손님이 또 어디 있을까?


2. 사은품이나 선물로 받은 컵과 텀블러: 요즘은 이벤트에 참석하면 컵이나 텀블러를 기념품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칫하면 어느 순간 수납장이 각종 로고가 붙은 텀블러와 컵으로 넘쳐난다. 막상 이렇게 받은 것 중에 쓰는 건 많지 않은데 말이다. 정예부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정리한다.


3. 플라스틱 용기품과 혹시 몰라 쌓아 놓은 일회용품: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품이 있다면 버리자. 혹시 몰라 샀는데 오랜 기간 안 쓴 일회용품은 일부분만 남기고 비운다.


팁: 깨끗한 플라스틱 용기품이 있다면 물건 버리기가 끝날 때까지 따로 모아 가지고 있는 걸 추천한다. 나중에 물건을 수납장안에 다시 정리할 때 물건 분류용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수납을 마치고 나면, 그때 필요 없는 깨끗한 플라스틱 용품들도 처분하면 된다.


4. 조리도구: 용도가 중복되거나, 녹슬거나 오염된 주방 도구는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예를 들어 국자가 서너 개, 가위가 다섯 자루 이상 있다면, 일부만 정리해도 수납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흠집이 너무 많이 난 도마 또한 이별할 시간이다. 무겁거나 코팅이 벗겨져 더 이상 쓰지 않는 프라이팬과 냄비를 비우면, 수납공간이 놀랄 만큼 넓어질 것이다.


나는 비우기가 끝난 후 남은 조리도구들은 상판이나 벽에 걸지 않고, 가스레인지 옆 서랍에 넣어두었다. 필요한 순간에만 서랍에서 꺼내 사용한다.


5. 더 이상 쓰지 않는 주방 가전: 의외로 우리는 주방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비우기를 하면서 보니, 부엌 수납장에 파니니 기계가 있었다. 예전에는 가끔 사용하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쓰지 않는, 공간만 차지하는 가전이 되어버렸다. 와플 기계도 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파니니랑 와플은 사 먹자"라고 마음먹고 이 두 기계를 처분했다.


6.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각종 양념, 소스, 가루, 면류)과 배달음식에 딸려온 소스: 주방 팬트리, 냉장고, 냉동실에 있는 음식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보자. 의외로 유통기한이 지난 양념, 소스, 가루, 면류가 많을 수 있다. 어차피 먹지 못할 것들이니 정리하자. 배달 음식을 시키면 함께 오는 소스들을 안 먹고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래된 건 버리자. 이렇게만 해도 팬트리와 냉장고가 여유로워진다.


주방 상판이 깔끔해질수록 만족감이 높아진다.

돈 안 쓰고 우리 집 주방 업그레이드하는 두 번째 방법: 동선에 맞춰 수납하기

불필요한 주방용품을 비웠다면, 이제 남은 용품들을 다시 수납할 차례다. 각자 집의 부엌 구조가 다르겠지만, 어떤 구조던지 나한테 맞는 동선에 최대한 맞춰서 물건을 수납하고 정리하면 편리하다. 효율적인 동선을 가진 주방이 되면, 요리를 할 때 덜 움직이고, 덜 움직이면 당연히 덜 피곤하다.


예를 들면, 정수기가 있는 집이라면 정수기랑 컵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동선이 맞는다. 그리고 재료 준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와 싱크대가 가까워야 하고, 싱크대 근처에 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기구 (칼, 도마)들이 있어야 한다.  


손질한 재료를 가스레인지 옆에 두고 요리를 하기 때문에, 가스레인지 옆 상판에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며, 그 근처에 자주 사용하는 조리기구들이 수납되어야 한다. 요리가 끝난 후에는 음식을 그릇에 담아야 하므로, 가스레인지 옆에 그릇과 수저/커트러리가 수납되어 있으면 편리하다. 우리 집의 경우, 가스레인지 오른편 서랍 안에 조리기구들이 있고, 왼쪽 수납장에 그릇이 있다. 상판 위에는 미니 오븐이 놓여 있는데, 오븐 위쪽 선반에는 오븐용 트레이가 수납되어 있다.

요점은 재료 준비부터 조리, 접시에 담기까지의 동선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관련된 물건을 수납,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면 된다.

자잘한 물건들을 서랍에 넣을 때 이것들이 서랍 안에서 굴러다닐 수가 있다. 이럴 때 나는 가지고 있었던 깨끗한 플라스틱 용기나 상자들로 물건을 분류했다.

물건을 비우고 나니 왜 이렇게 남는 플라스틱 용기들이 많은지.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남은 것들을 동선에 맞게 정리해 두기만 해도 주방일은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제 남은 절반은 매일의 요리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애용하는, 요리를 더 편하게 해주는 살림템들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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