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로소피아 Oct 31. 2024

살림력을 키우는 것이 곧 재테크와 노후 준비의 첫걸음!

사랑을 유지하는데도 필요한 살림력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내가 사는 공간을 가꾸고,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며, 옷을 입어야 한다.


의식주를 챙기며 삶을 이어가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살림'이라고 부른다. 직업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하기에 살림하는 능력, 즉 '살림력'은 필수적인 자기 계발 요소다.

이렇게 중요한 살림을 우리는 '돈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종 폄하하곤 한다. 어떤 이들은 돈을 많이 벌어 집안일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노동을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평생 집안일을 해줄 사람을 고용할 만큼의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자금을 의미하며, 그 자금을 마련하기 전까지 우리는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적 자유"가 그만큼 나에게서 멀어지는 셈이다. 또한, 이 노동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살림력이 없는 사람은 매일의 삶을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진다.


반대로 살림력을 키우면 그만큼 경제적 자유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다. 내 경제적 자유는 내가 필요한 돈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많은 돈이 없어도 행복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살림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미국의 시골 동네에는 노인분들이 많이 거주하시는데, 그분들 중에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동네 산책을 하며 오다가다 마주치는, 올해 95세이신 앤드류 할아버지가 있다. 5년만 있음 100세이시니 행동은 느리지만, 차고를 정리하시고 항상 단정한 옷차림으로 정갈하시다. 작은 동네 길을 따라 골프카트를 몰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가시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자식들이 좀 더 챙겨드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점점 친해지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들이 셋 있는데 첫째는 병환으로 돌아가셨고, 나머지 두 아들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하긴, 아버지가 95세인데 자식들이라고 젊겠는가? 그래서 '아, 자식과 부모가 함께 나이를 먹어가니 부모가 스스로를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스스로 끼니를 챙기고, 깨끗한 옷을 입으며, 집을 정돈하는 이웃 할아버지를 보며, 살림력이 얼마나 노후 생활에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금 배우게 된다.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이혼 변호사가 출연했다. 그 변호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들이 가사를 분담하고 소요 시간을 엑셀로 정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가사를 분담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사는 노동이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퇴근 후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크니 가사를 나눠 맡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엑셀로 정리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살림력을 키워 가사를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지 않을까?'라는 아쉬움도 든다. 살림이 조금이라도 수월해지면 체력이 보존되고, 체력은 곧 인내심으로 이어지기에 부부싸움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혼 변호사 상담비는 몇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살림력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돈을 아끼는데 중요한 요소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가사를 어떻게 분담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살림을 게임같이 접근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고민하면서 우리만의 답을 찾는 건 꽤 재밌는 일이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게임처럼 접근하다 보니 일주일에 50달러(약 7만 원)로 2인가구 식비를 해결한 적도 있다. 살림을 통해 우리가 얼마의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용기를 준다.


결과적으로, 주중 대부분의 식사를 집밥과 도시락으로 해결해도 우리에겐 살림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에 나오는 살림 크리에이터들에 비하면 식단은 아주 단순하지만, 만족스럽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식생활 외의 살림도 크게 힘들지 않아 집안일로 다툴 일도 없다. 함께하는 생활에 자신감이 붙으니, 자연스럽게 더 큰 가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백 점짜리 완벽한 살림 노하우와는 거리가 멀지만, 살림이 지옥같은 노동이 아닌 자신감을 얻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를 바라며, 나만의 소박한 살림 레시피를 공유하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