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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기 Oct 22. 2023

자꾸 잠이 오는데 내가 이상한가

자도 자도 똑같아! zzZZZ


남반구에 살고 있니?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자주 들었을 말이다. 또 시작됐구나,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각성 상태에 머무르며 생각했다. 기를 쓰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겠다고 노력하던 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 물론 그 노력은 내 삶을 스쳐가기만 했다. 반드시 그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내게 '아침' 시간이 있었던 일은 손에 꼽는다. 


새벽 3시, 컴퓨터 화면을 보며 나는 어째선지 잠이 점점 깨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얼마간 잘 수 있을지 시계를 보며 가늠하고 애써 무시하며 아직까진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게임에서 이겼다. 아자. 카타르시스. 이맛이지. 조금만 더 할까? 다음에 다시 정신을 차렸을 적에는 시간은 훌쩍 지나 6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암막커튼의 존재를 믿고 비척비척 잠자리에 들지만 뇌는 잠들지 못한다. 초조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면 잠에 빠져들기야 한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을 자고 점심 무렵에 일어나든 저녁에 일어나든 피곤하긴 매한가지이다. 



각성! 뇌가 잠들지 못한다.


Q. 불빛! 오! 아침이다!

A.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은 새벽 4시입니다.


나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안경을 끼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블루라이트, 청색광이 어떻길래 차단을 하는 걸까? 수면의 질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발생하는 빛 중 특히 청색광은 체계적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내부 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내부 시계는 주로 뇌의 시상하부와 상피체에 위치해 있다. 체계적 각성은 이 내부 시계가 외부 환경 신호에 의해 적절한 시간에 잠들고 또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이 과정이 조화롭게 일어나려면 단서가 필요하다. 외부로부터 오는 광원이라는 단서를 통해 내부 시계가 조절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암막 커튼을 걷어야 한다. 적절한 시간에 빛을 받고 이 시간이 일어날 시간임을 뇌가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규칙적으로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광만 그런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청색광 등 인공 광원에 노출될 때도 "아직 해가 밝구나! 활동시간?!"이라며 뇌는 오인하기 쉽다. 따라서 수면 시간이 가까워지는 밤이나 새벽이 되면 어두운 환경을 유지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뇌는 "지금은 잘 시간~"이라고 인지하고, 몸을 이완할 수 있다. 내부 시계가 올바른 수면 시간과 동기화되지 못하면, 즉 스마트폰 화면을 지속적으로 보는 바람에 새벽 내내 청색광에 노출되어 뇌가 각성상태를 유지하면 당연히 잠에 들기 어렵다. 이때는 설령 잠에 들더라도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따라서 아무리 잠을 잔들 여전히 피곤한 것이다. 



Q. 으하하 영상! 메시지! 게시물! 좋아! 즐겁다! 뇌, 각성!

A. 제발 진정하세요. 내일도 살아야 된다고요.



너무 재밌어서이거나 습관이거나, 어쨌든 SNS 등 애플리케이션은 한번 누르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진짜 10분만 보겠다고? 그런 건 없다. 새벽이든 나발이든 시간이 문제인가? 싫어도 스크롤을 내리게 된다. 아 진짜 자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쨌든 손이 움직인다. 무한스크롤이 멈추길 더 어렵게 만든다. 별 실없는 내용일지라도 밑으로 내리면 새로운 영상이 나오고 계속 무언가 움직이고 신호를 보내는걸? 그만두기 위해서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우리 뇌는 현혹되기 쉽다. 움직이는 자극에 특히 그러하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자니 메시지도 계속해서 온다. 답장 하나만 보내고 자야지, 해도 상대가 일어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양방향의 대화가 시작되어 그대로 1시간은 가버린다. 특히 스마트폰, SNS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런 즉각적인 보상은 우리 뇌를 자극한다. 그다음에는 무슨 영상이 있을지 스크롤을 내리게 만드는 그 구성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결국 내리면 또 다음으로 향하게 만든다. 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친구와 계속해서 연락할 수 있다니, 사회적 만족감이 충족된다. 


지금 자버리면 이 공간을 떠나게 되는 것인데, 떠난다는 말을 바꿔 말하면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 사회적 연결감이 만족감을 준만큼, 우리의 욕구를 채워준 만큼 떠나서 더는 연결되지 않게 된다는 두려움과 불편감 역시 커진다. 양날의 검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까?


연락을 주고받으며 또는 새로운 콘텐츠에 노출되며 뇌에서는 도파민이 잔뜩 분비된다. 행복하게 도취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이 이렇게 풍족한데, 원인이 되는 자극을 없애고 싶을 이유가 없다. 지금 내 상태가 이렇게 만족스럽고 기쁜데 갑자기 잠을 자라니 뇌 입장에서는 앞뒤 상황도 맞지 않는다. 그럼 당연히 행동은 이어진다. 자극 추구! 자극 추구! 그러다 보면 3시간은 훌쩍 가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언제 오니?


물론 나는 한국에 있다. 내 생체리듬만 한국에 없을 뿐. 나조차도 한국에 언제쯤 돌아갈 셈인지 정말 문제다. 내가 만약 남반구에 간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 아마도 한국 시간으로 돌아갈 것 같다. 야행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면 습관을 생각해 보면 최악이기에 딱히 그것만이 원인도 아닌 것 같다. 


잠을 잘 시간이다! 침대에 눕자!라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방금까지 보던 컴퓨터 화면 덕분에 뇌는 여전히 자극된 상태로 남아있다. 오늘은 정말 50분까지만 보겠다고 결심하고 스마트폰을 들면 인터넷 한 바퀴 정도는 거뜬히 돌고 이미 아침이 되어있다. 뇌에게 미안해지는 습관을 잘도 안고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나만 이런 것은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좀 심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아무튼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 생활 방식을 극단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나 이렇게 살면 안 된다. 뇌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에 반하는 삶을 매일 영위하고 있다니 이래서야 실격이다. 현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새벽 3시에 청색광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긴 하다. 하하. 인간이란 그런 거니까. 그래도 오늘은 반드시 10분이 아닌 0분으로 스마트폰을 멀리, 또 멀리 두고 잠을 청할 생각이다. 부디 오늘은 잔만큼 피로가 풀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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