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빙기 Oct 22. 2023

선생님, 저 지금 뭐 하고 있었죠?

한 번 잊어버린 것은 세 번도 잊어버린다


어쩌면 나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화면을 켰을 때 클릭 한 두 번만에 그 목적이 뇌리에서 증발해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PIMU에 한정해서, 그러니까 대화형 미디어를 문제적으로 사용했을 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 중 몇 번이고 우리는 깜빡, 잊는다. ADHD이기 때문일까? 물론 몇몇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또 그 비율이 적지 않지만 깜빡 잊는 모두가 진단군일 수는 없다. 


어쩌면 나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에도 스마트폰을 켰다가 1시간 동안 본 목적을 상실하고 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걸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 로써 이를 이해해 보자. 이해하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니까.



인터럽트! 주의를 전환하자.


인터럽트(interrupt)라는 단어가 있다. 컴퓨터 상의 오류에 해당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예기치 못한 오류로 처리가 필요합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뜨는 경고창을 떠올려볼 수 있다. 우리 뇌는 컴퓨터와 매우 다르다. 이점은 확실히 하고 싶다. 그렇지만, 뇌는 시시각각 많은 방해자극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컴퓨터처럼 오류가 나기 쉽다. 


뇌에서의 인터럽트는 외부 자극 또는 내부의 요구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일상에는 우리가 여러 활동을 하거나, 또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극이 존재한다. 뇌는 동시에 그 자극을 받아들이고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그렇지만 가진 자원을 총동원! 들어오는 모든 자극에 동등하게 할애해서! 집중하자!라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인간이 그런 식으로 기능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 순간 많은 자극과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또 최적의 방식도 아니다. 안 그래도 정보가 흘러넘치는 지금의 시대에서 그렇게 된다면 금방 소진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 뇌는 선택적으로 특정 자극 또는 요구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무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을 때 실제로는 중앙 부분이 아닌 주변 시의 정보들은 흐릿하게만 뇌에 입력된다. 우리는 모든 곳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착각이다. 우리는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않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 뇌는 낭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최적으로 기능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착시현상이라고 알고 있는 내용들도 결국 뇌에서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의 일종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있을 때 현관에서 큰 소리가 난다면, 뇌는 책 읽기라는 작업을 멈추고 그 소리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전환할 것이다. 이것이 어떤 위협일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주 배가 고픈 상태여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주 배가 고픈데 고소한 빵냄새가 난다면, 책 읽기라는 작업보다 그 냄새에 집중하자며 뇌에서 전환이 발생하게 된다. 



주의력 전환, 더는 집중할 수 없어.


요약해 보자면, 뇌에서 일어나는 "인터럽트" 현상은 외부 자극이나 내부적 요구사항으로 인해 주의력 전환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외부의 위협에 경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자극에 대응한 주의력 전환 기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에서 외부의 위협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와 같이 갑자기 짐승이 나타난다거나 사냥을 해야 한다거나 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뇌는 그런 식으로 진화했고,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폰을 켰을 때 우리 뇌가 받아들이는 자극은 얼마나 될까? 작은 화면, 또는 큰 화면이라도 어쨌든 자극으로 가득하다. 뭘 눌렀을 때 또 뭐가 나오고, 다른 게 튀어나오고, 소리가 들리고, 알람이 오고, 애플리케이션은 많고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르겠고... 사실은 매우 혼란스러운 구성이다. 우리는 익숙해져서 자동적으로 손을 움직이고 또 들어오는 자극에 뇌를 노출시키지만 뇌의 1인칭 시점으로 생각해 보자면 수많은 자극에 압도당하기 일보 직전인 것이다.


인간의 뇌는 본디 멀티태스킹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뇌의 구조상 무언가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행위를 수행할 수 없고, 그저 매우 빠르게 주의력을 전환하며 각각의 작업을 처리할 뿐이다. 우리는 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왔다 갔다 일을 수행하게 되면 하나의 일을 계속 진행할 때보다 효율성이 저하된다. 주의를 전환하는 데에 시간이 들어갈 뿐 아니라, 각 작업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이어가기 위해서도 다시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결국 더 피곤해지기 쉽다. 


다시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돌아가자. 처음에는 구글링을 하고 싶었지만 친구에게 답장을 먼저 한다. 친구가 언제 만날지 질문했으므로 캘린더를 확인한다. 캘린더를 확인했으니 다시 답장을 보낸다. 그날 날씨가 어떨지 궁금하니까 그것도 확인해 보자. 자, 뭐 하고 있었더라? 그새 잊어버렸다. 잠시 끄자. 아! 생각났다. 구글링을 하려고.... 무슨 내용을 검색하려고 했었지.


괜히 검색창에 '아 뭐더라' 따위를 치면 비슷한 사람들이 이미 같은 검색어를 수도 없이 쳐두었기 때문에 자동완성이 되는 게 아니다. 우린 자주 잊어버리고, 또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를 그런 식으로만 쓰게 되었다. 뇌도 학습을 하므로 익숙해진다. 그럼 더 자주 잊어버린다. 잊어버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멀티태스킹은 미디어와 가깝다 못해 한 몸이 된 우리에게는 사실 일상이다. 뇌는 항상 지쳐있고, 필요 없는 자극에도 주의를 계속해서 전환하다가 정작 중요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에만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다른 것도 잘 잊어버린다. 우리가 모두 주의력 결핍이라서?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ADHD라는 진단명으로 묶이지 않아도 우리는 점차 주의력을 상실해 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따라서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자극은 뭘까? 우리는 지금 뭐에 집중해야 할까? 뭘 하려고 했던 걸까? 외부의 쏟아지는 자극에 그저 흘려보내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디 우리의 뇌리에 깊이 새기자. 항상 말하지만, 완벽하게 변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를 인식했다는 사실 만으로 이미 충분한 첫발이다. 

이전 03화 헐 나 ADHD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