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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기 Oct 22. 2023

문제가 있는데, 아무튼 있어요.

뭐가 문제냐면, *띠링* 아 잠시만요. 질문이 뭐였죠?


질문은 하나였다.



내가, 우리가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언제부터, 왜 잃어버렸을까?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저한테 문제가 있는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삶에 많은 지장이 생긴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더욱 그렇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정리되기 전까지 내내 크고 작은 신경이 쓰인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동력이 된다. 긴장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자는 원동력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이를 삶에 적용해서 마냥 긍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해결해 보자!"


오, 좋다! 용감하다! 정말이지 큰 마음을 먹었다. 건설적이며, 당신이 이때까지 왜 스트레스에 마냥 짓눌리지 않고 힘내서 살아왔는지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정의해야 한다. 내가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도처에 깔려있다면? 일상이라면?


가까이 있는 문제는 오히려 간과하기 쉽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원리를 안다면 세상에는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많으니, 결국에는 밝혀진다.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실험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한 똑똑한 사람들(이런 고민을 하는 당신도 포함된다)도 많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그 똑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열심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무음모드는 사실 없어


내가, 내 친구가, 내 동료가, 나의 아이가, 나의 주변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길 기대하긴 어렵다.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PC 등등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는 모두 우리와 함께한다. 이른바 '우아한 기기 라이프'는 기상과 동시에 시작된다. 알람을 끄니 도착해 있는 이메일도 봐야 한다.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읽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지만 그전에 SNS를 확인한다.


나는 명상을 해보겠다고 유튜브를 켰다가,


*띠링*


아니, 분명히 무음모드라 알림음은 없었다. 그러나 방금 알림이 왔다는 사실을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친구와의 대화창으로 이동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대화형 미디어의 문제적 사용이란,


PIMU(Problematic Interactive Media Use)는 쉽게 말해, 아동과 청소년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대화형 미디어의 문제적 사용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PIMU가 훨씬 명료하니 우선 피뮤라고 부르자. 용어의 중간에 들어가는 대화형 미디어(Interactive media)는 사용자가 내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말한다. 이때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양방향 상호작용을 허용하며,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콘텐츠가 변화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예시를 드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비디오 게임,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다양한 미디어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사용자, 즉 우리는 이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상을 통해 알고 있다. 대화형 미디어는 사용자로 하여금 경험과 창조 모두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형 미디어의 사용 역시 과해지면 곤란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크게 울면 스마트폰을 볼 수 있어


최근 수년간의 미디어의 문제적 사용은 더는 성인에게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았다. 아동 청소년은 그보다 활발히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미디어를 사용한다. 아니, 이제 기기는 그 누구의 삶과도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니 미디어의 문제적 사용으로부터 발생한 아동,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현재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며, 누워있는 아기에게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심지어는 청소년도 아닌 영유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태블릿 영상물 시청 등이 부모님들의 큰 걱정거리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언뜻 아이들은 영상을 시청하며 집중하고 안정되어 교육적 효과를 얻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이 문제인 걸까? 기기에 빠진 아동은 다른 자극에는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이미 더욱 자극적인 영상물에 길들여졌는데, 세상은 너무 느리고 시시하다. 방금 보던 영상을 계속 보고 싶어 하고, 또 틀어달라고 떼를 쓰고, 기기를 앗아가기 전까지 혼자서는 시청을 그만두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은 지칠 수밖에 없다. 아이가 하도 울고 울어서 결국 다시 스마트폰을 건네준다.


그럼 아이는 학습한다.


"아! 다음에도 울면 주겠구나."


그렇게 악순환이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한 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뇌의 성장 측면에서 봤을 때, 아동은 절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기르기 이전에 이미 미디어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성인과 차이가 있다. 기기를 사용하는 적절한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이미 기기에 밀착되어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왜 PIMU라는 이상한 단어를 끌고 왔을까?


우리가 잘 아는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SNS 중독이라는 용어 대신 PIMU라는 단어를 소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독이라는 용어는 특정 행동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PIMU는 이보다 넓은 범위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과도한 미디어의 사용 패턴, 더불어 발생하는 사회적 기능 저하, 심리적 스트레스 등... 문제적 행동과 그 결과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요즘 문제적 사용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의 종류는 더 이상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존의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 특히 숏폼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단어를 통해 문제를 정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에 대한 정의는 매우 중요한데, 그 정의가 명료하고 정확할수록 좋다. PIMU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보다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면,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정의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에 접근하기에도 더욱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PIMU라는 용어가 '스마트폰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보다 광범위하고 복잡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기존의 '중독' 중심 용어 대부분이 성인의 문제를 주로 다룬 반면, PIMU는 아동과 청소년이 직면하는 독특한 문제와 상황을 감안한다.

'중독'이라는 용어가 개인의 내부 상태에 초점을 맞춘 반면, PIMU는 개인의 행동과 그 결과에 초점을 둔다.

PIMU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전반을 반영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 때문에 'PIMU'라는 용어가 다른 기존 용어들보다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 관련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이렇게 길게 PIMU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용어가 이후의 글에서 종종 등장해도 여러분이 혼란스럽지 않길 바랐다. 또 '중독'을 버리고 PIMU라는 용어로 정의해야 할 만큼 현재의 문제가 나이를 불문하고 흔하고, 널리 퍼져있으며, 우리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하는 그런 어렴풋한 틀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길 바라서였다.


무엇보다 초반의 질문을 기억한다면, 이것이 우리의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이유일 수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잃어버린 것. 우리가 쉽게 할 수 있었는데, 더는 할 수 없는 것. 생각의 여유,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집중, 현실을 사는 것. 그 외의 많은 혼란을 이후의 글에서 차근히 다뤄보고자 하니, 부디 오늘 본 PIMU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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