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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기 Oct 22. 2023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한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의 재발견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정보와 알림들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게 만드는 한편, 이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어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중독으로


사실, 우리의 행동 패턴 중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습관적인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지루함이 찾아올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혹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이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앱을 열거나 게임을 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우리의 뇌는 잠시 동안 기분 좋음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적인 기쁨은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기분 좋음을 다시 경험하려는 욕구로 인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스마트폰에 투자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라는 행동 패턴이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를 부추긴다면, 그 해결책 역시 같은 패턴 속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인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는 특성은 중독에 빠지기 쉬운 취약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것을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한다면, 오히려 우리를 중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발견하는 숨은 가치: 몰입과 집중


잘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 없다'라는 상태 자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상태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건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명상 시간에 집중하거나 책 읽기에 몰입한다면 아무 생각 없는 상태는 오히려 휴식과 회복, 심지어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종종 부정적으로 해석되곤 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 자체에 가치 판단을 내세우기 보다, 대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결과를 좌우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다는 것은 바로 집중력과 몰입의 시작점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에서 걷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에 몸을 맡긴다면, 이것들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럴 때만큼은 차가운 스마트폰 대신 뜨거운 심장박동과 호흡으로 건강한 도파민이 넘쳐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감각과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아무 생각 없다' 상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그 해결책 역시 같은 패턴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앞서 언급했다. 이 점에서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개념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특정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 때 우리는 잡념들을 잊고 그 활동 자체로부터 크나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상태가 우리 삶에서 가장 만족스럽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창출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몰입 순간들을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회고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서의 '아무 생각 없다' 상태와 몰입 상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서의 '아무 생각 없다' 상태는 수동적인 반응에서 비롯되는 반면, 몰입은 활동에 대한 의도적인 집중과 목적성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므로, 용도와 방법만 바꾸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아무 생각 없다' 상태를 건전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로서의 우리의 임무는 '아무 생각 없다' 상태를 건전한 몰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몰입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기술 수준에 적절하게 도전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몰입의 핵심 요소로,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활동은 우리를 지루함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이끌어, 몰입 상태를 방해한다. 따라서 활동의 난이도는 개인의 기술 수준과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자체 보상성’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상태가 자체 보상적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그 경험이 자체적으로 가치있다고 인식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하는 활동 자체가 우리에게 흥미롭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높은 수준의 통제감을 느껴야 한다. 이러한 제어감은 부수적인 불안감 및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그 행동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몰입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나?


그렇다. 각자에게 가장 의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역시나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들이다. 이러한 기기들은 우리를 속박하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그저 시간만 소비시키며, 진정한 목적성 없이 우리를 압박하는 이런 장치들은 오히려 몰입의 경험을 앗아간다.


분명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는 건전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순간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도전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는 것은 단지 주변 세상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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