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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기 May 12. 2024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클로이 프라이스

그냥 해적입니다

# 본문은 작품에 대한 중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는... 소개는 지난 화에 제공했으니 이하 생략하도록 한다. 사실 작품에 매력적인 캐릭터는 다수 등장하고 한 명씩만 다루려니 속상해지는 부분이 있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에서도 사실 등장인물 전부 특징적이라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는 쉬어가는 시간이자 나의 행복 증진을 위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또 다른 주인공 클로이 프라이스를 간단히 소개하고, 이후 훨씬 대중적이고도 내 인생작으로 꼽히는 프렌즈, 브루클린 나인나인 등으로 다시 넘어가 보고자 한다. 





반항적


클로이는 반항적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클로이의 인생이 이른바 '꼬이기 시작한' 아버지의 사고 이래로 그런 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 지난 화에 등장한 맥스는 클로이의 아버지가 차 사고로 돌아가신 후 시애틀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몇 년 간 클로이와 만나지 못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클로이가 네이선에게 돈을 요구하며 그의 만행을 발설하리라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의 소꿉친구이자 단짝친구였던 클로이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스타일이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설정인 것 같다. 원래는 갈색 머리에 머리도 길었고 용문신은 없었으며 부모님과의 관계도 좋고 가정도 화목했다.


사실 클로이는 그냥 반항적이라기보다 품행장애(conduct disorder)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유년시절에는 이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년기 발병형으로 특정 사건에 의해 문제가 두드러지게 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우선, 클로이는 맥스가 전학을 오기 전 블랙웰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었으나 낮은 학점으로 인해 퇴학당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클로이의 행보를 보면 소통도 잘 되고 그 밖의 능력(추론/기계공학 등)이 뛰어나며, 이전에는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이었다고 맥스도 소개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충분히 학업 성취를 거둘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를 수행해야 할 이유나 동기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혹은,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이스의 말에 의하면 가출도 자주 했다고.


클로이는 친엄마인 조이스와 관계가 생각보다 좋은 편이지만, 맥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이스도 남편을 잃었기 때문에 블랙웰 아카데미의 경비원인 데이빗을 만나게 됐고, 클로이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지속해 결국 데이빗이 클로이의 양아버지가 되었다. 데이빗은 과거 군인으로 감시와 통제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인데, 클로이는 순종적인 인물이 전혀 아니므로 정말 자주 싸운다.


정말 다정하고 수용적이었던 아버지의 상실, 단짝친구의 배신 등 충격 사건과 더불어 이런 일상이 다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자 견디다 못한 클로이는 아카디아 만을 떠나기 위한 자금까지 모으게 된다. 그만한 돈을 학생 신분으로 모으기는 어렵기 때문에 점차 불법적인 일에도 손을 대게 되고, 그 지역 마약상인 프랭크와도 얽히게 된다. 따라서 프랭크가 클로이를 볼 때마다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들어보면 클로이가 아주 많은 양의 돈을 빼돌려 빚을 진 상태라고 한다. 





자극 추구, 반사회적 행동 양상


위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작중에서 클로이는 굉장히 위험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또 위험에 휘말린다. 애초에 맥스가 시간을 돌리게 된 계기는 클로이의 죽음이었으며, 이후로도 상당히 자주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해 맥스가 시간을 돌리게 된다.


양아버지 데이빗의 권총을 훔쳤으며, 이를 자주 가지고 놀며 맥주병에 쏜다거나 잘 쏘고 싶으니 맥스더러 어디로 쏘면 되는지 알려 달라는 둥 해괴한 요구를 하며 이리저리 튕기며 반사된 총알을 보고 재밌어한다. 사람을 향해 조준하거나 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맥스는 순하고 사회적인지라 클로이의 위험한 행동을 자주 말리려고 노력한다. 다행인지 맥스가 클로이에게 중요한 타인이자 신뢰의 대상이기 때문에 클로이가 위험한 행동으로 맥스를 끌어들여 시너지가 발휘될 때도 있는 가 하면 맥스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옵션은 클로이도 수용하기에 한계설정을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클로이는 물질 사용도 자주 한다. 항상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맥주도 들고 다니며 마시고, 클로이 방을 뒤적이다 보면 그런 류의 사진도 자주 발견된다. 네이선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음을 알게 된 계기도 물질 사용이었고, 네이선의 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이런 동기와 행동 방식들은 사실 일반적인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고 여차 하면 폭력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에 아슬아슬하며, 자꾸 뭘 훔치려고 시도한다거나 이에 대해 추궁하는 부모님에게 거짓말로 응대하는 모습 또한 특징적이다. 클로이 역시 여기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클로이는 지루함 참을 수 없어하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 주의력 결핍일까? 또 충동적이기 때문에 맥스와 대화에서도 분노에 이기지 못해 제 주변의 모든 상황에 대해 화를 냈다가 이후 문자로 매우 미안해하며 사과하기도 한다.


자극추구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너무 많아 하나를 꼽기 어렵지만, 한밤 중의 블랙웰 아카데미에 무단침입해서 걸릴까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하자"며 수영장에 풍덩 뛰어드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맥스가 간이 폭탄을 만들어 문을 부수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누구보다 흥분해 "바로 이거지!" 정도의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의존성


앞서 소개된 클로이의 반사회적 행동 양상은 자칫 클로이가 반사회적인 사람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머니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호의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사람에게 의존하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애초에 클로이가 반항적인 행동을 일삼게 된 계기는 상실 경험과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서였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통제되는 일이 전혀 없었고, 이런 점이 클로이를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이에 분노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락이 두절됐던 맥스가 돌아왔을 때 위험한 상황에서 주저 없이 그를 구해주었고, 맥스의 능력에 순수하게 감탄했으며(물론 이를 이용하려고도 하지만), 진심을 확인했을 때 부모님에게도 마음을 열고 마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반사회적인 경향성과는 거리가 멀다. 


덧붙여, 클로이는 마음이 통하는 한 명의 인물이 있다면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 믿을만한 타인이 없었을 때 레이첼이 이를 채워주었고, 이에 대해 맥스가 '레이첼이 내 자리를 채워 주었구나'라고 반응해도 부정하지 않는다. 레이첼이 실종된 상태에서 맥스가 다시 나타나자 계속해서 맥스와 만나며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고 함께 무언가를 헤쳐나가고 싶어 하는 욕구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맥스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독립적이고 자율성이 높은 사람인데, 겉으로는 유약해 보인다. 따라서 흥미롭게도 외유내강(맥스)과 외강내유(클로이)의 전형인 캐릭터들이 만나 단짝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작성하면서 든 생각은, 게임하고 싶다! 였다. 게임을 못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내 몸이 게임을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 되새김질하며 참아보도록 하겠다.


드라마, 영화, 게임에서의 캐릭터는 사람들이 작품을 계속 보거나 몰입하도록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입체적이고도 이해가 가도록 잘 설정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갈등요소나 결함, 또는 본인이 결함이라고 여기는 점 등을 하나씩 안고 있는 것 같다. 인물들이 그러한 결함을 일련의 사건을 통해 어떻게 다시 조명하고 극복한다거나, 극복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떠날 수 있게 되는지 보여줄수록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느껴진다.


모두에게 같은 경험은 없다. 주관적 경험이란, 그 인물의 성격 특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어느 정도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작품이 흥미로운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가치관을 형성하게 됐는 지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여실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5화까지 오는 동안 혼자 즐거웠다면 꽤 숙연해지는데, 글에 공감하지 못할지라도(혹은 내가 소개하는 작품을 모를지라도) 이후 여러분들이 애정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 작품 속 주요 인물의 입장에서 닥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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