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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20.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④사랑은 영원할까.

그는

내게 하루가 멀다싶이 찾아와,

매번 사랑을 듬뿍 쥐어주고 돌아가곤 했다.

어떤날은 삐뚤빼뚤 글씨로 써내려간 손편지를 준비해 나에 대한 본인의 마음을 표현해주었고,

어떤날은 빨간 장미를 내 나이만큼 준비해와서는 우리 사랑에 대한 온갖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깊은밤 내내 사랑을 속삭였었다.

내가 감기에 걸려 조금 아픈날에는 약국의 약종류라는건 모조리 긁어와서는

그중 효과가 좋아보이는 약을 선택해 굳이 손수 내입에 떠먹여 주고는 약을 다먹었는지, 확인하고도 

한참후에야 돌아가곤 했었다.

혹여나 내가 사과가 먹고싶다고 하는날이면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사과 명소인 충남 예산까지 가서 사과를 짝(나무 박스)으로 사와서는 정말 다시는 사과의 '시옷'도 생각나지 않게 먹여주었다.

행여 내목소리가 조금 안좋아 보일때에는

먼길을 운전하고 나를 찾아와 얼굴을 빼꼼 비춰 나에게 웃음을 주고는 또 먼길을 운전하고 집에 돌아 가는 일도 있었다.

그는 자기 본인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미리 내일에 가있어,

 나만을 생각해주는 나밖에 모르는 바보였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때의 그는.

군 제대를 한지 얼마 되지않은 푸릇푸릇하고, 군기가 아직 가시지않은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그는 순수했고, 

부모님 말씀을 어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었고,

큰 꿈과 야망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중요시했지만,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나와 함께 있는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었던 그였다.

그의 어렸을때 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발그레 분홍빛의 두볼이 너무 귀여운 어린이 였을때의 활짝웃고있는 모습이 좋았다.

분명 그는 잘 웃고, 유쾌하고, 사회성도 좋은 사람일꺼라고  생각했었다.

믿었다.

한치의 의심없이 온마음을 다해 사랑했다.

그는 내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옴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내나이 열 일곱.

앞길이 창창한 그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떠나려 결심했다.

어린마음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떠난다는 마음이 이렇게 헤아릴수없을 만큼 아프고, 힘들다는걸 처음알았을 때였다. 그런데 내가 아픈게 낫았다. 차라리 그보다 내가 힘들고 아픈게 낫았다.

그때는 정말 떠나려 했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아이를 낳고 살 작정으로 짐을 싸고 집을 나서려던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모르는 번호는 그의 어머니였고,

그가 많이 다쳐 지금은 의식불명이고, 하반신 마비가 될수도 있다며 수화기 너머 어머니는 울먹이셨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다.(눈앞이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말이구나..)

나는 진짜 세상에 혼자 내팽겨쳐져 버려진 기분이었다.

온통 캄캄한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아이와 툭 놓아진 기분이었다.

'하나님, 부처님, 세상에 모든 신이시여... 신이 정말 계시다면 저좀 도와주세요..'

하루 24시간을 기도도 해보고, 미친사람처럼 하루종일을 중얼거렸다.


며칠뒤,

전화벨이 울렸고,

그 였다.







그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

그사이 내 뱃속의 아이는 아기집을 예쁘고 탄탄하게 지어 자기만의 공간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줬고,

우리는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처음으로 예쁜 우리 아가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심장소리가 우렁찬 아기는 처음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시며,

아기 옷은 핑크색으로 준비하라며 귓속말로 힌트를 주셨다.


심장소리는 우렁찬지 잘 모르겠는데,

태동하나는 진짜 내 뱃속에 장기를 발로 차서 위치를 바꿔놓는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 제 뱃속에 말한마리가 뛰어다니는거 같아요. 이거 맞아요?"





에필로그


뱃속에서 축구를 하던 그 말한마리(?)는 어느 겨울날 응애 소리를 내며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는 말띠입니다.

제 뱃속에 말한마리가 있던게 분명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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