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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Sep 04. 2023

06. 빛을 내는 아이

너로부터 나는 자존감을 배운다.


[빛을 내는 아이]


너와 함께 간 공원의 하늘은

뿌연 연기처럼 흐리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너는 말한다

"오늘도 해가 없네."

속상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해를 찾는 너의 모습은

세상에 밝음을 가져다 놓고 싶어 하는

눈부심 그 자체이다.


꽃으로 무성한 꽃 터널이

우리가 가는 길 앞에 있다.

조금 남아 있는 햇살 그나마가

꽃에 가려져 그 속은 더 컴컴하다.

나를 올려다보며 너는 말한다.

"터널 안이 깜깜해."

무서워하는 표정 지으며

터널을 밝힐 전구를 가져오라는 너는

천진함 그 자체이다.


큰 잉어들이 모여 사는 호수가

우리의 발아래 있다.

짙은 녹색 빛의 색 속에

큰 잉어들이 이리저리 헤엄친다.

물고기를 내려다보며 너는 말한다.

"물속도 깜깜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잉어의 무서움을 걱정하는 너는

순수함 그 자체이다.


해가 완전히 진 온전한 밤

우리의 운동장인 놀이터에는 다행히

별빛, 달빛도 있고 그리고 조명도 있다.

너는 걱정할 것도 무서워할 것도

이제는 없는지, 아니 잊었는지

신나게 뛰어다니며 즐거워한다.

오늘 본 어두움 중에 가장 깜깜하지만 너는

행복함 그 자체이다.


수많은 어둠과 깜깜함 속에

우리는 다양한 얘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공원을 누볐고, 놀이터를 활개 했다.

그런데 딸아 그걸 아니?

흐린 하늘도, 그늘진 꽃터널도, 진녹색의 호수도

어둡지 않았단다.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처럼

작지만 환하게 빛을 내는 네가 있었다.


아빠의 옆에는 계속 작은 햇살이 따라다녔단다.

달도 별도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

해가 있기에 그들도 빛을 내는 법이야.

네가 어둡다고 했던 모든 곳에

네가 있었다.

어두워 보였겠지만 나는 보았다.

그들은 너로 인해 같이 빛나고 있었단다.

어둠이 무섭고, 걱정스러웠지만

네가 있었기에 밝고 화사로웠다.


봄의 햇살처럼 싱그럽기도 하고

여름의 태양처럼 따뜻하기도 하고

가을의 햇볕처럼 황홀하기도 하고

겨울의 해처럼 소중한 너는

스스로 빛을 내는 다채로운

여명이자 노을이다.

그 모든 곳에 빛을 밝혀주는

그러한 존재이다 너는.



[너로부터 나는 자존감을 배운다.]


 오늘 아이는 나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 빛을 찾아다녔습니다.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상해하고,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나가며 고장 난 전구를 아쉬워했습니다. 기분 좋게 공원에 갔지만, 종일 내내 시무룩해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마 모든 것이 자기 탓으로 생각한 듯했습니다. 아이는 제게 자꾸 물었습니다.


 "내가 늦게 와서 그런 거야?"

 "내가 아빠 말을 잘 안 들어서 그런 거야?


 흐린 날씨와 고장 난 전구는 아이의 탓일 리가 없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말하는 아이의 질문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이는 공원에 오는 날을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며칠 째 계속되던 비와 바람에 번번이 가지 못하던 공원을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던 날, 하필이면 그날도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의 그러한 질문에 며칠 전부터 제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아빠 말 안 들으면, 공원에 못 가. 아빠 말 안 들으면, 계속 비가 오고 구름이 몰려와서 어두울 거야."


 아이는 그 말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조금이라도 잘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했던 나의 말에 후회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기분 좋게 방문한 공원에서 아이의 자존감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아이를 보며 아이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탓이라 생각해 모든 순간 빛 한줄기를 원했지만, 제게 있어 아이는 그저 빛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잘못된 훈육으로 실망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싶어 글 한 편을 써보았습니다. 언젠가는 이 글을 아이가 읽어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로 아이도 나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지난 기억을 지우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 그 자체로 밝음이고, 태양만큼 환한 빛을 가졌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인간의 자존감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입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이라는 뜻입니다. 나의 말에 영향을 받은 아이처럼,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자존감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려 해도 결국은 상대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무너져 버립니다. 한 번 떨어진 자존감은 회복할 줄 모르고, 더 깊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맙니다. 결국, 자신의 일상과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걷잡을 수 없이 우울감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나의 사소한 말로 상대의 자존감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그 정도로 주위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 인간은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뿌리가 단단한 듯 땅 속 깊이 박힌 듯 하지만, 그 위에서 불어오는 작은 바람 하나에도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생각하고,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 단단한 뿌리도 흔들릴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꽃과 다릅니다. 아름다운 형태와 색을 가진 꽃을 피웠다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의심 하나가 스스로를 병들어 시들게 하고 뿌리를 땅 속에서 빼내게 합니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짓고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그 속에서 나도 존중받고,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자존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말라버린 뿌리를 가진 식물이라도, 자존감이라는 새로운 뿌리를 땅에 내리면 화려한 꽃을 피우기 마련입니다. 나의 자존감만큼 상대의 자존감도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했듯, 다른 이의 자존감을 뿌리 깊숙이 심어주도록 노력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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