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며 자의식을 생각해 봅니다. 자의식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생각해 보는 의식을 뜻합니다. 내가 가진 성격, 성향과 나를 둘러싼 상황 그리고 행동까지 모두 해당합니다.
아이는 스스로를 공주라 여기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을 공주와 같이 합니다. 만화 속 아름다운 공주처럼 외향을 꾸미길 원하고, 행동도 우아하게 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그 공주의 모습에 한 가지를 더 입혔습니다. 바로 좋아 좋아 공주입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가 아이에게 좋아 좋아 공주가 어디 갔냐고 물으면, 금방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이것이 자의식의 힘입니다.
우리 어른의 삶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자의식을 갖고 있을까요? 자기 객관화를 통해 스스로를 정확히 규정하고 있을까요? 평범한 삶을 살아갈 때에는 자신에게 질문조차 해보지 않습니다. 평소에 알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평탄한 인생이라면 굳이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또 다른 질문을 던져 봅니다. 자의식이 중요한 상황이 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깊은 고민과 사색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의 파도가 일렁이거나 자신에게 불행이 찾아오면, 우리는 버티는가 싶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립니다.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의 덩어리에 짓눌려 버리게 됩니다. 그 아래에 깔린 채 무거운 감정을 벗겨내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해 보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자신의 인생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는 자의식이 필요합니다. 나를 정확히 알고 인지하고 있다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설사 무너진다 해도, 힘든 감정이 자신을 잠깐 지배하는 정도입니다. 곧, 감정에서 벗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다시 일어섭니다.
자의식은 식물의 뿌리와도 같습니다. 땅 속에 박힌 뿌리가 있기에 꽃을 피우지 않아도 또는 열매가 달리지 않아도 스스로가 식물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힘들게 피운 꽃과 열매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자신의 뿌리만 있으면 식물임은 변함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다시금 꽃과 열매를 피우고 말 것입니다.
자의식이 없는 생명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쓸모를 하지 않는 죽은 생명체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좋아 좋아 공주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의 자의식을 찾아 생명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육아를 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힘든 일이 찾아오겠지만 우리가 누군지를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