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여행자 Sep 06. 2023

07. 아빠, 나는 누구야?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아이의 자의식에서 답을 찾다.


[아빠, 나는 누구야?]


아이가 말을 곧 잘합니다.

일상적인 대화는 무리가 없고,

자신의 표현도 제법 하고 있습니다.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붙였는지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손으로 턱을 잡고

눈동자를 하늘 위로 올립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하더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는

너무 사랑스러웠고, 귀여웠습니다.


만화에서 어느 공주가 그렇게 한 걸 본 모양입니다.


모든 일에는 좋은 것만 있지 않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결정을

설득해 줄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심통이 났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는

엄마와 아빠에게 투정을 부립니다.


이제는 잘 토라지기도 하고,

아니라며 신경질을 부립니다.

"난 이거 했으면 좋겠어. 이거하고 싶단 말이야."


아이와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본의 아니게 좋은 말이 나오질 않고,

그 말에 아이는 또 속상해합니다.

이런 일의 반복이 점차 생겨서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세상에는

좋아 좋아 공주님,

싫어 싫어 마녀

안 해 안 해 괴물이

너의 주변에 살고 있단다.

너는 어떤 모습을 할 거니?'


아이는 그 포즈를 취하며 골똘히 생각합니다.


"음. 나는 공주가 좋아. 좋아 좋아 공주님 할래."


"알았어, 그럼 오늘부터 좋아 좋아 공주님이니까

대답할 때 뭐라고 해야 해?"


"응 아빠! 난 좋아 좋아 공주이니까,

좋아 좋아라고 얘기할 거야."


그다음부터 아이가 고집을 피우거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우리의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상상이 되시죠?


아이가 하기 싫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저는

"어? 좋아 좋아 공주님은 어디 가고

싫어 싫어 마녀님이 왔을까?"

혹은

"안 해 안 해 괴물이 나타났다."라고 하면

아이는 이내 태도를 고쳐 보입니다.

다급하게 양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아니야, 나 좋아 좋아 공주님이야.

그래! 좋아 아빠."


아이에게 결과를 강요해 내는 듯했지만,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 후로 각종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지 않게 하는

'조용조용 요정'이 생겨났고,

짜증을 부릴 때마다 나타나는

'짜증짜증 도깨비'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만들었습니다.


올바른 교육법일지 깊게 고민해 보지는 않았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방법으로 효과를 보려 합니다.


이제 어떤 캐릭터가 또 필요할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 아이의 자의식에서 답을 찾다.


 아이를 보며 자의식을 생각해 봅니다. 자의식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생각해 보는 의식을 뜻합니다. 내가 가진 성격, 성향과 나를 둘러싼 상황 그리고 행동까지 모두 해당합니다.

 아이는 스스로를 공주라 여기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을 공주와 같이 합니다. 만화 속 아름다운 공주처럼 외향을 꾸미길 원하고, 행동도 우아하게 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그 공주의 모습에 한 가지를 더 입혔습니다. 바로 좋아 좋아 공주입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가 아이에게 좋아 좋아 공주가 어디 갔냐고 물으면, 금방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이것이 자의식의 힘입니다.


 우리 어른의 삶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자의식을 갖고 있을까요? 자기 객관화를 통해 스스로를 정확히 규정하고 있을까요? 평범한 삶을 살아갈 때에는 자신에게 질문조차 해보지 않습니다. 평소에 알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평탄한 인생이라면 굳이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또 다른 질문을 던져 봅니다. 자의식이 중요한 상황이 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깊은 고민과 사색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의 파도가 일렁이거나 자신에게 불행이 찾아오면, 우리는 버티는가 싶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립니다.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의 덩어리에 짓눌려 버리게 됩니다. 그 아래에 깔린 채 무거운 감정을 벗겨내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해 보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자신의 인생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는 자의식이 필요합니다. 나를 정확히 알고 인지하고 있다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설사 무너진다 해도, 힘든 감정이 자신을 잠깐 지배하는 정도입니다. 곧, 감정에서 벗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다시 일어섭니다.


 자의식은 식물의 뿌리와도 같습니다. 땅 속에 박힌 뿌리가 있기에 꽃을 피우지 않아도 또는 열매가 달리지 않아도 스스로가 식물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힘들게 피운 꽃과 열매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자신의 뿌리만 있으면 식물임은 변함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다시금 꽃과 열매를 피우고 말 것입니다.


 자의식이 없는 생명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쓸모를 하지 않는 죽은 생명체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좋아 좋아 공주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의 자의식을 찾아 생명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육아를 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힘든 일이 찾아오겠지만 우리가 누군지를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아빠는 누구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해야겠습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사랑해 아빠'야."

 여러분은 누구이신가요?

이전 07화 06. 빛을 내는 아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