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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Sep 11. 2023

08. 안부 인사 해 볼까요?

관계의 유지는 관심으로 시작한 궁금증입니다.


[안부 인사 해 볼까요?]


제 딸아이는 사람을 잘 챙깁니다.

4살이고 만으로 2살밖에 안 되었지만,

출석체크를 항상 하고 다닙니다.


사실 모든 사람을 다 챙기는 건 아닙니다.

정확히는 가족을 챙깁니다.

챙기는 사람을 보면

아이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를 알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 고모, 고모부, 고모할머니,

사촌 언니, 동생까지 차례대로 호명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저도 그렇게 안부를 챙기지 못하는데

아이는 하루에 한 번은 모두를 궁금해합니다.


특히나 노래를 부르거나

기분이 좋을 때면 온 가족을 한 명씩 호명하며,

어디 있는지 묻곤 합니다.


비행기 노래를 크고 우렁차게 부릅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아빠 비행기. 엄마 비행기.

할머니 비행기, 할아버지 비행기,

누구, 누구 비행기…….


우리 식구 모두를 비행기에 앉혀

자신의 목소리로 푸른 하늘에 날려버립니다.


저는 묻습니다.

"이제 다 비행기 태워 날렸어?"


아이는 히죽히죽 뿌듯하게 웃으며

큰소리로 대답합니다.

"응! 우리 가족 다 비행기 탔어!"


그리고는 또 생각하는 척합니다.

혹시나 빠진 사람이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줍니다.

"다 했어,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어."


아이는 우렁차게 대답합니다.

"알았어. 그럼 또 해봐야지!"



[관계의 유지는 관심으로 시작한 궁금증입니다.]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지만, 그런 아이를 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의 관계가 확장된 건데 어린아이가 그 모두를 챙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매번, 한 명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실수로 한두 명 빼먹어도 괜찮은데, 아이는 다 챙겼는지 누차 확인합니다. 마치 자신의 입에서 불리지 않은 누군가가 속상해할까 세심한 배려를 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모든 이의 안부를 묻진 못합니다. 매일 보는 가족, 회사 동료가 있지만 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인사를 할까요? 내 지난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삶이 빡빡하다는 변명으로 나 자신만 가눌 때가 많았습니다. 정말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을까요. 지금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니 단순한 핑계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의 관심만 가져도 가능한 일이지만, 그 조금의 관심이 없었던 탓이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아이와 비교하니, 초라하기에 짝이 없었습니다.


 관계의 유지에는 이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그들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관심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따스한 배려 그리고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안부를 묻는 이유는 크나큰 특별함이 아닙니다. 단지 그들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오는 파장은 실로 놀랍습니다. 자신의 자존감이 올라가기에 그들의 하루는 행복으로 가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힘든 일에 직면하더라도 안부 인사로 느꼈던 따스한 마음이 힘듦과 지친 마음을 이내 녹여줄 겁니다. 작은 관심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실로 엄청납니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모두의 안부를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곁에 없는 이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안부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인사의 시작은 궁금함입니다. 그 사람의 아침은 어떤지, 지난밤 평안했는지, 지금은 또 어떤지. 모두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결국, 안부의 궁금함이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소리 내 입에 담게도 합니다. 거기다 연락까지 해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머리와 입과 귀와 가슴에 담아볼 수 있습니다.


 아침 새벽, 푸르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상쾌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의 아침은 어떠할까요?


 여러분들의 오늘은 어떠한가요? 궁금해하며 안부를 물어봅니다. 나와 관계를 맺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하루에 평안한 행복만이 가득하길. 안부와 함께 소망을 전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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