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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Aug 31. 2023

04. 아빠, 풍선 크게 불어줘.

첫 시도에 대한 나의 태도


[아빠, 풍선 크게 불어줘.]


아이와 집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요즘,

형형색색의 풍선을 갖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고,

온 공간을 두둥실 떠다니는 것이

날아다니는 공 같다며 풍선 놀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일일이 불어줘야 한다는 것과

아이는 언제나 가장 큰 풍선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불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감내할 만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들도록

가장 큰 풍선을 불어주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도, 나도

풍선이 가장 큰 순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터질 것 같아

적당히 불다가 매듭 묶어

아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것 봐라. 엄~청 크지?"


과장 섞인 행동을 넣어

아이에게 반응을 강요해 봤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니야, 더 크게."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한번 외칩니다.

"더 크게 불어줘 아빠."


그리고는 그 풍선을 제게 반환합니다.

저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를 설득해 보는 방법을 쓰기로 합니다.


"더 크게 하면, 뻥 터질지 몰라.

그래도 크게 불어줘? 뻥 터지는데도?"


아이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양팔을 크게 벌리며 펄쩍 뛰기까지 합니다.

'설득이 안 되네. 그냥 터뜨려야겠다.

그러면 알겠지.'


결국, 터뜨리기로 작정하고 한 없이 불어봅니다.

아이는 커지는 풍선만큼

자신의 팔을 점점 크게 벌리며

'까르르' 웃고 있습니다.


 그 웃음소리를 멈추게 한 건

풍선이 터지는 소리였습니다.

'뻥' 아이는 풍선이 있던 허공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허리 숙여 찢긴 풍선 잔해를 보더니

잠시 갸우뚱거립니다.


저는 속으로 아이가 울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아이를 봅니다.

나를 보며 아이는 외칩니다.

"아빠, 이만큼, 이만큼만 불어줘.

알겠지? 이만큼만 해야 해.

더 하면 뻥 터져서 나 속상해."


아이를 보며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하하하'

 "그러네, 터뜨려보니 알겠다. 그렇지?"



[첫 시도에 대한 나의 태도]


 풍선을 크게 만드는 것과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터질 것을 걱정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적당히 몸을 사리면, 우리는 큰 풍선을 만들 수 없습니다. 대략적인 크기는 가늠이 된다 생각하지만, 제가 풍선을 불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풍선은 생각보다 많이 커질 수 있었고, 잠시의 신호도 없이 한 순간 터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 번 터뜨려보니 가늠이 되었습니다. 그 뒤 서 너 개를 아이와 함께 더 터뜨려보았습니다. 두 개가 넘어서면서 아이는 조금씩 울먹였지만, 네 개쯤 터지고 나니 저는 아이가 만족할만한 크기의 풍선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경험은 잠시 잊고 있었던 저의 생각을 이끌어 냈습니다. 아이에게 처음 하는 행동을 해보라 할 때 저는 겁먹지 말고 우선은 해보라 합니다. 그러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워하는 아이를 보며, 웃으며 타이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무서워할 필요 없다면서 어른인 척 타이릅니다. 아이는 그런데도 주저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결과가 따라올지가 전혀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저는 아이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달리 해봅니다. 나는 첫 시도나 첫 경험을 주저하지 않고 하고 있었을까?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나는 그 결과를 알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저도 모르는 나의 첫 도전은 어땠을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 역시 무지한 상황에서는 주저하고,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이보다 살아온 세월이 많음에도 더욱 겁을 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요. 실패하였을 때의 좌절감, 절망감이었거나 어떨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것은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일까요. 제가 머리를 싸매고, 몇 날 며칠을 밤새 생각해 본들 풀리는 숙제 같은 거였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은 해보았을 때 실체를 확인하고,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 시도나 도전은 그냥 해 보아야 합니다. 하면서 겪게 될 다양한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행착오 속에서 방법을 고민하고, 될 때까지 방법을 바꿔보며 부딪쳐 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질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해보지 않은 후회를 두려워할 것인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해보지 않은 첫 경험이거나, 무엇을 할 때 제대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신가요? 그럼 터질 때까지 불어서 크기를 가늠해 보시고, 그 경험으로 최대한 크게 불어 보는 겁니다. 두려움에 주저하는 것보다는 일단은 시도를 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알 수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 크기가 가늠이 될 겁니다.


 미리 두려워하거나, 적당히 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하려는 행동은 접어 두시길 바랍니다. 세상도, 삶을 사는 방식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선은 크게 터뜨려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실패는 다시 도전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적당히 합리적인 선에서 멈추는 것은 올바른 방향의 삶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웃으며 제게 했던 말을 기억하며, 두려워 말고 시도부터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대로 터뜨려 보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줄 겁니다.


 풍선을 크게 불어줄 수 있는 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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