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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Aug 28. 2023

인도 고추가 맵다

버닝 센세이션

대학생이던 동생이 방학을 맞이하여 인도에 왔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던 동생이 인도에 온다니 조금 걱정스럽긴 했으나, 이때 아니면 언제 인도를 와보나 싶어 초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에서부터 바가지를 잔뜩 당하고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면 연락 하라고 했잖아.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위험하게.."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내비게이션도 없이 길을 속속들이 다 아는 기사님들이 참 신기하다. 바가지를 씌워서 그렇지 말만 하면 어디든 데려다준다.

엄마에게 부탁했던 멸치가 동생과 함께 왔다. 뭐든 시원하게 국물을 내서 먹고 싶었으나 한인 마트를 비롯한 어디를 가도 당최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었다.      


"Yeah!! 내 멸치. 내 국물."

“내가 온 게 좋은 거야, 멸치가 온 게 좋은 거야?”




동생이 짐을 풀고 샤워를 할 동안 얼른 물을 끓인다.

멸치를 풀고 끓인 물에 한인 마트에서 사뒀던 된장과 간장을 풀고 간을 보니, 역시 멸치의 존재감은 우월하다. 그동안 우려냈던 심심한 국물 맛이 아닌 깊고 그윽한 한국의 맛이 난다. 이어서 씻어 두었던 시금치를 넣으니, 뚝딱 시금치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국만 있으면 심심하니 다른 밑반찬도 만들어보자.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다)



멸치가 오면 간장에 조려 먹을 생각으로 사뒀던 고추를 꺼내 깨끗이 씻었다. 냄비에 간장과 멸치 우린 육수를 고 끓이니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난다. 밥에 비벼먹기 좋게 고추를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누나, 나 한 시간만 잘게.”

“그려, 푹 자!”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너무 맵다. 양파나 파를 썰고 눈이 매웠던 적은 몇 번 있었으나, 고추는 처음이다. 마음의 준비가 없이 당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스럽다. 그런데 큰일이다. 조금 있으니 고추가 닿았던 자리는 죄다 쓰라리고 아프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사라질 고통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 했다. 손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통증에 얼음이며 주방세제며 알고 있는 민간요법은 다 동원해 보았지만 고통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악!"

온 집안을 괴성과 함께 난리를 치고 돌아다니는 통에 자고 있던 동생도 깨어 이것저것 묻고 살피지만, 별반 도움은 안 된다. 우리 선에서는 해결 불가라는 결론을 짓고, 나는 또 아랫집 아주머니의 대문을 두드렸다.


“아줌마, 큰 일 났어요. 나 너무 아파요.”


엉엉 우는 나를 달래며 우리 집에 와 고추의 상태를 보신다.


“너 지금 이걸 다진 거니? 대체 왜?”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어요.”


"오 마이 갓. 저건 음식이 아니라, 무기란다 아가야!"


아주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셨는데, 곧 차가 왔다.

내려 보니 병원이고 급히 엉덩이에 주사를 놔주신다. (중증 환자 수준 케어)

아주머니랑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시는데, 웃는다.


‘우쒸, 나는 아파 죽겠는데.’


결국 주사 덕에 조금 진정이 된 나도 웃고, 셋이 웃음보가 터졌다. 추측하건대 내가 맞았던 주사는 진통제였던 것 같고, 그 날 하우종일 졸리고 맥을 못 췄었던 걸 보면 꽤 독한 약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아니다, 인도 고추가 진짜 맵다. 절대 손대지 말 것.



사진 출처 : http://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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