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베 May 23. 2024

생애 첫 내시경에서 위암이라니

"우리 아빠가 암이라니 아닐 거야"



4월 말 아빠의 건강검진 당일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과 친하지 않은 아빠가 먼저 건강검진 예약을 해달라고 했다 이때부터 불안하다는 감정은 마음 한편에서 콩닥거렸다 최근 부쩍이나 체중이 감소하고 소화가 잘 안 되었던 아빠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기본적인 검진을 받았다 수면으로 진행을 한 터라 내시경 후 아빠가 휴식 중 간호사분이 나를 불렀다.



"아빠 내시경 설명을 들으셔야 해요 아버님과 함께 들으시겠어요 혼자 들으시겠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나는 혼자 진료실로 향했다


"아버지 상태가 많이 안 좋으세요 암일 가능성이 커요"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 섞인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있어 조직검사 나갔어요 1주일 뒤에 병원으로 꼭 오셔야 해요"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실감이 안 났다

망치에 머리를 때려 맞은거 같지도 눈물도 나지 않았다 우리 아빠가 암이라고? 설마 아닐 거야 결과도 아직 안 나왔잖아


그러나 내 눈으로 본 아빠의 위내시경 사진은 일반인이 봐도 이상했다 마음이 불안했다 부정을 계속해보아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너무 초조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시절 내시경실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한눈에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아빠의 상태를 부정할 수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도 실감이 나질 안는지 덤덤하다 내가 오버하는 거라고 잘못 본 거라며 나를 타박하는 엄마 남편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무슨 아버님이 암이야 아버님처럼 건강하신 분이 어딨 다고 또 여보가 오버하는 거겠지!"

그런 거겠지? 내가 잘못 본 거야 그냥 잠이 안 깬 거야 또 내가 오버했겠지

아빠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애써 괜찮은 척 표정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고 나온 아빠에게 팔짱을 끼며 천역 덕스럽게 굴었다


건강검진을 받고 긴장을 푼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걸 보고 눈물이 터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날밤 나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부등 껴안고 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